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협회 엠블럼이 아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뛴다.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따라 2012 런던올림픽 본선서 선수들의 유니폼에 협회 엠블럼이 아닌 태극기를 부착하기로 했다. 유니폼에 태극기 또는 협회 엠블럼을 부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FIFA와 IOC의 신경전이 펼쳐진 끝에 결정된 일이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 협회 엠블럼으로 인해 한차례 해프닝을 겪었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본선 1차전 카메룬전에서 협회 엠블럼이 부착된 유니폼을 정상적으로 입고 경기를 치렀다. 이후 IOC의 권고와 FIFA의 통보로 인해 이탈리아와의 2차전에선 유니폼의 협회 엠블럼을 파란색 매직으로 칠해 삭제한 상황에서 경기를 이어갔다. 온두라스와의 3차전에선 엠블럼 자체가 없는 새유니폼을 공수받은 후 경기를 치렀다.
당시 FIFA는 IOC측에 각국 올림픽대표팀이 자국 축구협회 엠블럼을 부착하고 뛰는 것을 요청했지만 IOC는 FIFA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FIFA를 믿고 있던 축구협회는 베이징올림픽 본선 당시 유니폼의 협회 엠블럼 매직으로 지우고 새유니폼을 공수받는 해프닝을 겪어야 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이런 해프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회전부터 엠블럼 대신 태극기가 부착된 유니폼을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 같은 경우는 올림픽 축구팀에게 협회 엠블럼 대신 일장기가 부착된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기존 대표팀 유니폼과 똑같은 디자인에 협회 엠블럼 대신 태극기만 부착한다.
한국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축구협회 엠블럼이 아닌 태극기를 대표팀 유니폼 가슴에 부착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여론 등으로 인해 태극기를 축구협회 엠블럼으로 교체했다. 전세계 대부분의 축구대표팀 유니폼에는 자국 국기가 아닌 협회 엠블럼이 가슴에 부착되어 있다. 대표팀 유니폼 가슴에 국기를 부착한 국가는 중국과 터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IOC와 FIFA가 국기와 축구협회 엠블럼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이면에는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IOC는 올림픽을 국가 대항전으로 인식하고 한국가내에 자국올림픽위원회(NOC) 이외의 산하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IOC는 FIFA 역시 자신들의 산하단체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 반면 FIFA는 UN보다 가입국이 많은 세계적인 조직이다. 또한 월드컵의 열기는 올림픽 이상이다. FIFA 입장에선 IOC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IOC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대표팀 유니폼에 FIFA가 인정하는 각국 축구협회 엠블럼을 지우는 것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FIFA 역시 그 동안 IOC를 상대로 껄끄러운 태도를 유지해 왔다. FIFA의 블래터 회장은 지난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FIFA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대표팀 축구 선수들의 연령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3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후 FIFA는 여자축구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IOC의 요청을 받아들여 24세 이상의 와일드카드 선수 3명의 참가를 허용해왔지만 회장이 직접 와일드카드 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IOC를 압박했다.
FIFA는 굳이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월드컵과 각급 청소년월드컵, 각 대륙에서 개최하는 국가 대항전 등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IOC 입장에선 올림픽 무대서 축구는 무시할 수 없는 인기 종목 중 하나다.
FIFA는 지난 베이징올림픽부터 각국 축구대표팀 유니폼 엠블럼 부착 문제에 있어 IOC에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FIFA와 IOC는 올림픽축구라는 공통점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매직으로 협회 엠블럼을 삭제하고 경기를 진행중인 올림픽 축구 대표팀]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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