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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배우 서지석은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윤지석의 삶을 살아가며 약 7개월 동안 원 없이 사랑했다.
초반 그는 윤지석의 유별난 짝사랑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육체적으로 고생한 걸로 모자라 우유부단한 박하선 때문에 실제로 가슴앓이를 했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애틋함까지 느껴야 했다.
'하이킥3' 종영 후 외국에서 휴식을 보내고 온 그는 한 달이란 시간을 마주한 후에야 현실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서지석에게 '하이킥3'는 각별했다.
"유독 이번 작품에서는 헤어나오기 어려웠어요. 저랑 (박)하선이랑 야외촬영이 많아서 더 (현실같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초반 러브라인은 짜증 날 정도로 답답했어요. '이렇게 착한 남자가 있을까, 저렇게 우유부단한 여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하선과 사귀게 된 후에는 알콩달콩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 중 박하선을 향한 서지석의 짝사랑이 길어질수록 비난은 고영욱에게 쏠렸다. 고영욱은 서지석과 박하선의 사랑에 방해꾼이라는 수모를 당하며 밉상 캐릭터로 전락하는 비운을 맛봤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 법하지만 서지석은 가진 자였던 고영욱을 쿨하게 동정하지 않았다.
"극 중 지석은 하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충분히 보여줬고, 하선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있었어요. 반면 영욱 같은 경우는 쉽게 결과물을 얻었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우연한 기회에 저랑 행운과 불운이 뒤바뀌면서 하선이와 사귀게 된 거니깐요. 시청자분들이 제 입장에서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영욱이 형에게 미안한 건 없었어요(웃음). 왜냐하면 일단 영욱이 형은 하선이랑 사귀고 있었잖아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예 포기했을 거예요. 근데 '하이킥3'같은 상황에서는 고백할 수도 있겠죠. 이유는 극 중 하선이의 마음이 영욱에게 확실한 상태도 아니었고, 단지 물에 빠진 걸 구해줬다고 주위 동료 교사들이 사귀라고 부추기니까 얼떨결에 사귀게 됐잖아요. 딱 봐도 하선이가 영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저는 상대방에게 연인이 있다면 고백할 마음이 없을 것 같아요"
서지석은 박하선과 러브라인의 중심에서 순애보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의 진심이 전해지며 시청자들을 울고 웃긴 만큼 이번에는 '하이킥' 비극 시리즈의 전철을 밟지 않길 많은 이들이 갈망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가 '누가 죽냐' '이적부인은 누구냐'였어요. 저도 감독님한테 엄청 물어봤는데 안 알려주시더라고요(웃음). 이번엔 누군가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은 들었어요. 그리고 하선이와 저는 연결이 될 거라 믿었어요. 처음에는 '새드엔딩으로 끝나야 뭔가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사랑 연기를 할수록 우리 둘 만큼은 찢어놓지 않기를 바랬어요"
서지석은 자신이 윤지석과 닮아있다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한 여자만 바라보고, 일방통행하는 순정을 지닌 남자란다. 그래도 윤지석은 자신보다 더 멋있다고 인정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남자 그게 바로 윤지석이란다.
"저와 비슷한 면들이 많아요. 하지만 윤지석처럼 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죠. 그는 정말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에요. 목걸이를 몰래 (은줄로) 바꿔놓고 밸런타인데이 날 하선이가 잃어버린 과자집을 직접 만들어 되찾은 척하고 자신이 만든 것만 봐도 그래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이 여자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멋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빠질 수밖에 없는 캐릭터죠(웃음)"
그의 말대로 많은 여성들은 서지석이 보여주는 사랑의 일방통행에 설렘을 느끼며 다정한 면모에 빠져들었다. 주로 팬들이 연령층이 높았던 그에게 젊은 여성들의 호감도도 역시 높아졌다. 이 같은 평들을 언급하자 서지석이 "기분좋다"는 말과 함께 유독 밝게 웃는다.
"촬영은 8월에 시작했는데 저는 그보다 앞선 2월에 김병욱 감독님을 만나 식사 자리를 가졌어요. 제가 '하이킥 2'에서 카메오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인연을 계기로 '하이킥'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어요. '꼭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요"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하이킥3'는 전작들의 화제성에 비해 부진했고, 시청률 면에서도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김병욱 감독님께서 '시청률은 이번에 좀 낮을 것이다'라고 미리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딱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시청률과 이슈보다는 뭔가 무겁고 사회적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가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겉보기에는 러브라인이 부각됐다고 해도 교권남용 취업난 등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주제가 있었어요. 시청률은 낮았던 게 사실이지만 '하이킥3'를 하면서 전 그냥 좋고 즐거웠어요. 연장을 바랄 만큼 종영이 섭섭하고 아쉬웠죠"
서지석은 초반 자신의 시트콤 연기를 보기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가 다소 과장된 연기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모니터를 더 꼼꼼하게 챙겼다. 노력을 거듭한 결과 과장된 연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제 시트콤 도전에 점수를 준다면 51점을 줄래요. 왜냐면 중간은 한 것 같아요. 1점을 더 준 이유는 초반 부족했던 점을 만회한 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한 회 한 회 거듭될수록 제가 더 윤지석 캐릭터에 빠져들고 매료됐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하이킥'을 보면서 '윤지석이 박하선을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걸 제 눈빛을 통해 느꼈거든요. 그때는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동안 훈훈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캐릭터만 해온 그에게 악역은 또 다른 변신일 수 있다. 웃는 인상 탓에 악역 연기에 제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서지석은 "악역연기 꼭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조차 선해 보였다.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의 연기에 관대하게 평하지 않는 서지석, 그렇다고 얽매이지는 않는다.
일주일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으로 스케줄을 짜놓고 야구 농구 축구 등을 즐기고 있는 서지석의 그 충만한 에너지가 연기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관리를 위한 운동이 아닌 본인이 즐기는 운동을 하는 그에게 연기도 마찬가지다.
단지 인기에 연연한,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작품에 자신을 녹인다. 연기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서지석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새 작품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하이킥3'에서 윤지석으로 열연한 서지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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