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돈의 맛'은 돈이라는 화두를 전면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기존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많이 다뤄진 재벌가가 전면에 등장하는 '돈의 맛'은 이들의 화려한 외면보다는 썩은 속내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며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폐부를 노골적이면서 냉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돈이 곧 권력인 한국사회에서 최고의 부를 거머쥔 백씨 집안 사람들이 등장한다.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늙은 아비에게 젊은 여자를 갖다바친 백금옥(윤여정), 돈이 주는 권력의 맛을 포기 못해 끊임없이 뒷거래를 했던 윤회장(백윤식), 돈의 맛에 매혹돼 자신의 육체까지 바치고 괴로워하는 주영작(김강우) 등을 통해, 과연 돈은 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영화는 이들의 배경이 되는 최상류층을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영화의 대부분의 사건은 윤회장 일가가 거주하는 대저택에서 이뤄지는데, 바로 이 저택 세트 제작비만 3억5000만원이 소요됐다. 면적이 400여평에 달하는 이 저택은 메인 홀, 윤회장의 방, 백금옥의 방, 윤나미(김효진)의 방 그리고 갤러리로 나뉜다. 한 울타리 안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않고 서로를 증오하고 의심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임상수 감독과 제작진은 각각의 공간에 개성을 주어 분리시켰다. 또 차가운 질감의 대리석과 블랙&화이트의 모던한 벽면 처리가 로열패밀리의 거주 공간을 재현시켰다.
뿐만 아니라, 돈 그 자체도 소품으로 제작됐다. 백씨 집안 사람들이 정치하는 사람, 기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은 뒷거래를 하는 장면이나 한국은행에 버금가는 돈을 보유한 백씨 집안의 돈의 방이 나오는 장면 등에서 돈다발이 수시로 등장하기에 제작진은 실제로 현금 소품을 제작해야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제작된 현금 소품은 5만원권 5만장, 100불권 5만장으로 총 82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들 소품용 돈에는 영화촬영협조용이라고 표기돼있다.
또 임상수 감독은 대저택 내부 갤러리 공간을 특별히 신경썼다. 재벌가의 고상한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고가의 미술 작품을 진품으로 공수해 영화에 대거 등장시켯다. 미술가 홍경택 작가의 '레퀴엠', '곤충채집', 황세준 작가의 '폭포', '시간', 노재운 작가의 '뇌사경', 홍승혜 작가의 'organic geometry'등 국내 작가들의 서양화 및 고산금 작가의 '청풍계도', '해산정도', '무진기행' 등 동양화 작품을 포함해 Arman, Erro, Yuri kuper, Kim dine 등 서양 중견작가들의 작품 수십 점이 영화 속에 등장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돈의 맛' 스틸컷. 사진=시너지·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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