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그야말로 돌아온 해결사들이다.
삼성이 3일 대구 두산전서 10-0으로 완승을 따냈다. 오랜만에 투타 조화도 잘 맞았고 특히 타선의 시원스러운 폭발이 돋보인 경기였다. 그 중에서도 5안타 4타점 4득점을 합작한 2번 타자 박한이와 4번 타자 최형우의 폭발이 가장 반가웠다. 그동안 무던히도 애를 태우던 최형우였고, 적임자가 없어 속을 끓게 한 2번 타순이었다. 그러나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던 박한이가 완벽한 몸으로 복귀하자마자 이틀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2번 타자는 자신의 자리임을 확실하게 알렸고, 최형우도 승부를 가르는 일타를 두 차례나 날리며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삼성은 이날 5회 6점, 6회 3점을 따내며 승부를 손쉽게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박한이와 최형우의 역할이 단연 돋보였다. 5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 정형식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은 상황. 여기서 김상수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반드시 추가점이 필요했다. 타석에는 2일 복귀전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인 박한이. 박한이는 임태훈의 2구째를 잡아당겨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박한이의 안타를 시작으로 삼성은 연이어 안타와 볼넷이 나오며 대거 6점을 뽑았다. 박한이가 2번 타순에서 타점을 올리면서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주창하는 강한 2번 타자에 맞는 역할이었다.
박한이는 밥상을 차리는 전통적인 2번 타자다운 역할도 해냈다. 6회였다. 삼성은 승리도 승리지만, 주말 3연전을 대비해 투수들도 아낄 필요가 있었다. 김상수가 차분히 볼넷을 골라내자 박한이가 왼손 정대현을 상대로 8구째까지 가는 접전 끝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1사 1,3루 찬스에서 삼성은 결국 3점을 뽑아냈다. 6회 3점의 길목도 역시 박한이가 열어 제쳤다.
박한이는 복귀하자마자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한 뒤 8회초 수비에서 배영섭으로 교체됐다. 이제 삼성은 2번 타순 고민은 안 해도 된다. 개막 후 지난 한달간 부지런히 대체 2번 타자감을 찾아봤지만, 역시 박한이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이제 류 감독이 주창하는 공격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
류 감독의 또 다른 아픈 손은 역시 4번 타자 최형우였다. 최근에는 1달 넘게 부진한 최형우를 4번으로 뚝심같이 밀어붙여도 부진하길래 슬쩍 타순 조정을 생각해봤다는 류 감독은 그러나 결국 개막 19번째 경기인 이날도 최형우를 변함없이 4번타자와 좌익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결국 이날 최형우는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류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기다렸던 첫 홈런은 터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최형우는 5회 박한이가 적시타를 터트린 뒤 바뀐 투수 서동환과 마주했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2-0의 유리한 상황에서 3구째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려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6회에는 1사 2루 찬스에서 3구째에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쳐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8회에는 김상현에게 깨끗한 중전안타를 쳐냈다. 올 시즌 첫 3안타 게임을 완성했다. 최근 김성래 수석코치와 특타를 거듭하면서 김 수석으로부터 “이제 한 방 나올 때 됐데이”라고 한 말을 지켜내는 활약이었다.
올 시즌 최형우의 멀티히트는 4월 15일 대구 넥센전 이후 12경기만에 처음이며, 올 시즌 두번째 기록이다. 더불어 올 시즌 처음으로 3안타와 2타점 경기를 펼쳤다. 이제 최형우는 정말 홈런 한 방만 나오면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다. 이미 지난 4경기 연속 또박또박 1안타씩을 만들어내면서 5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타격 부진 탈출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해 타격 3관왕은 역시 그냥 해낸 게 아니었다. 삼성 4번 타자 최형우는 아직 죽지 않았다.
경기 후 박한이는 "내가 잘한 것보다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고 두산에 한번도 못 이겼는데 선수단 전체가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첫 찬스 때 외야플라이라도 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안타가 나왔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한달간 못 뛰었는데 감독님이 항상 빨리 복귀하기를 원했던 만큼 보잡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형우도 "올 시즌 처음으로 안타 및 타점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다. 스윙자체가 밀어치기가 되고 있는데, 내일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홈런에 대한 부담은 없고 팀이 이겨야 된다는 생각 뿐이고, 이왕 늦어진 것 어디까지 가는 지 한번 지켜보겠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류 감독의 아픈 두 손가락이 오랜만에 제 몫을 해냈다. 삼성에는 두산전 4연패를 끊은 것보다 박한이와 최형우가 5안타 4타점 4득점을 합작한 사실이 더 기분 좋은 하루였다. 삼성에 꼭 필요한 2번타자와 해결사가 드디어 부활을 알렸다.
[5안타 4타점을 합작한 박한이(위)와 최형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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