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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우리 때는 서너매체 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인터뷰도 너무 많아"라며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윤여정(65)은 모든 질문에 정성을 쏟았다.
애써 입바른 소리도 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지나침이 없는 모든 대답들은 그녀를 그 어떤 여배우보다 우아한 여인처럼 보이게 했다. 때로는 소녀같이 깔깔 웃고, 칸 여우주연상이 탐나지는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고, 또 후배들을 말할 때는 한없이 인자한 표정을 보이다가도 연기에 대해 논할 때는 역시나 싶을 철학을 쏟아내는 그녀의 얼굴에 소녀와 청년, 그리고 중년 여성의 모든 표정이 집약돼있는 듯 느껴졌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윤여정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그녀 인생의 가장 큰 고난으로 "외국에서 살다 돌아왔을 때"라고 말했다. "잊혀지고 왔을 때라 다시 시작했어야 했고, 개인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있었기에 굉장히 힘들었다. 다시 미국가서 살까 그랬을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힘들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기였을 것이다.
그 시기를 넘긴 현재의 그녀는 배우로서 참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올해가 그 노력들에 빛을 보는 해인 듯, 1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녀는 두 편의 영화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그것이다. 칸이 사랑하는 두상수 감독의 사랑을 모두 차지한 윤여정. 스스로는 "운이 좋아 노후가 좋다"라고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운'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65세 나이에 연기인생 최초의 베드신에 도전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기회가 오는 경우도 드물겠지만, 온다고 덥썩 무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터이다. 윤여정 역시도 처음 임상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줬을 때는 딴지를 걸었다. 보자마자 "뭐냐"라고 했다는 윤여정은 "그런데 내가 한 마디 하면 두 마디 하는 게 바로 임상수라는 사람이지"라며 결국 임상수에게 설득당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윤여정은 이미 찍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듯 보였다. 영화 속 베드신은 서른살 넘게 차이나는 후배 배우 김강우와 촬영한 것인데,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슛 들어가서는 금방 해냈다는 윤여정은 해당 신은 모니터를 하지도 않았단다.
이런 용기들 하나하나가 지금의 윤여정을 만들어냈다. 임상수 감독에 대해 윤여정은 "내가 '또 세게 썼네. 타협 좀 해라'라고 하면 임상수 감독은 '타협하면 늙은 것 아닙니까'한다. 그럼 나는 또 '늙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고 말해준다"고 했지만, 윤여정 역시도 그 누구보다 늙지 않은 배우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또 베드신이 있는 작품도 할 생각이 있냐"라는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윤여정이지만, 분명 그녀는 다음 작품에서도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이미 꽤 많은 작품이 그녀를 찾는다고 한다. 두 편의 드라마('넝쿨째 굴러온 당신', '더킹투하츠') 촬영에 영화 홍보 일정, 칸 영화제 참석 탓에 아직은 시나리오를 검토조차 못했다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영화 '돈의 맛'과 '다른 나라에서'로 칸 영화제에 진출한 윤여정. 사진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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