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손익계산은 이르다.
이승준이 7일 KBL 센터에서 열린 귀화혼혈선수 FA 추첨에서 동부의 선택을 받았다. 귀화혼혈 FA가 된 선수는 3명이고, 1차적으로 그들을 지명할 수 있는 팀은 4팀이니, 애당초 추첨은 불가피했다. 전태풍과 문태영을 잡은 오리온스와 모비스와는 달리 동부와 SK는 지난 3일 최고 금액인 5억에 이승준의 영입의향서를 KBL에 제출하며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추첨을 기다렸고 결국, 안준호 경기이사의 보이지 않는 손은 동부를 선택했다.
▲ 동부, 정말 최강의 트윈타워?
동부가 이승준을 원했던 이유는 역시 군입대하는 윤호영의 공백을 메우기에 최상의 카드라고 봤기 때문이다. 강동희 감독도 높이 보강을 원했다. 차기 시즌 용병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 미지수고, 날이 갈수록 체력 부담이 가중되는 김주성을 봤을 때 이승준의 영입은 당연했다. 득점력이 좋은 문태영보다 득점 루트는 다양하지 못하지만 리바운드와 속공에 능하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이승준이 김주성과 막강 트윈타워를 구축할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직 변수가 있다. 우선 이승준은 윤호영보다 탄력은 좋을지 몰라도 조직적인 수비에 대한 이해력은 다소 떨어진다. 이는 동부의 근간인 조직적인 골밑 수비에 타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물론 이승준 역시 1대1 수비능력은 준수하다. 하지만, 드롭 존 디펜스와 같은 김주성과 호흡을 맞춰 조직적인 수비를 해야 하는 부분에서 이승준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승준은 달리는 농구에 능한데, 동부는 달리는 농구에 아주 익숙한 편은 아니다. 김주성의 기동력은 수준급이지만 주전 의존도가 높아 주전들의 출장 시간이 긴 만큼 박지현의 경기 조율 능력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한 마디로 이승준 영입은 동부로써도 변수가 가득한 선택이다. 물론 잘 풀릴 경우 지난 시즌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 SK, 체질개선 박차 가해야
SK는 지난 시즌을 끝낸 뒤 문경은 감독 대행에게 대행 꼬리표를 떼게 했다. 이제 완전한 문경은 감독이 됐다. 그런 문 감독은 런앤건 전문가 주희정과 이승준이 함께 SK의 뛰는 농구, 스타마케팅을 주도하길 바랐었다. 하지만 추첨 결과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문 감독은 이승준 없이 기존 전력으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SK는 지난 시즌 용병 센터 알렉산더 존슨의 부상 이후 성적이 완만하게 떨어지더니 결국 9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들에게 높이는 언제나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이승준은 정통 센터도 아니고 잘 달리는 파워포워드에 가깝다.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은 SK에 마침맞은 면이지만, SK에 진정으로 필요한 유형인 궂은 일 잘하는 정통 빅맨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용병 선발에 더욱 신경을 쓰면 된다.
오히려 문 감독에겐 위기가 기회다. 문 감독은 성적이 좋아서 대행을 뗀 것이 아니다. 문 감독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내부적으로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많은 선수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며 전체적인 경쟁의 틀을 다졌다. 이런 가운데 이승준이 입단했다면 결국 김선형과 이승준 중심의 팀이 꾸려졌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스타 이승준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SK는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문 감독은 지난 시즌 소신을 보여줬고, 이제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된다. 어차피 문 감독에게 곧바로 우승을 바라는 건 무리다. 이승준이 동부로 간다고 해서 SK가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손익계산은 그때 해봐도 늦지 않다.
[동부에 입단하는 이승준의 삼성 시절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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