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겨도 피곤하고 져도 피곤하다.
프로야구가 전체일정의 4분의 1가량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 같다. 이기든 지든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들이 총출동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말로는 아직 총력전을 펼칠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서로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대부분 박빙 승부를 펼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한 경기도 허투루 볼 수 없다. 때문에 선수들은 이겨도 피곤하고, 져도 피곤하다.
▲ 뒷문 불신시대
22일과 23일 삼성과 롯데는 사이 좋게(?) 불펜 난조로 승리를 헌납했다. 22일 롯데는 1-1 동점 상황에서 최대성과 강영식이 실점하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반대로 23일에는 삼성이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안지만, 권오준, 권혁이 8회와 9회 합계 4점을 내주면서 충격의 역전패를 맛봤다.
2011년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은 3.77이었다. 불펜 투수들의 피안타율은 0.250이었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33.1%였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은 4.12다. 피안타율은 0.260이고 승계주자 실점률도 34%로 소폭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리그에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적다. 세이브 상황에서 팀의 리드를 지킨 가운데 마운드를 다음 구원투수에게 넘겨줄 때 주어지는 홀드 10걸에 포함된 투수 중 4명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가 넘는다. 지킬 때는 확실히 지켜주더라도 무너질 때는 무너졌다는 뜻이다.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각 팀은 이기고 있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또 다른 불펜 투수들을 대기시킬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고 있더라도 역전에 대비해 필승조 투수들을 대기시킬 수밖에 없다.
불펜 투수들의 불펜 대기 빈도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체력 소모도 심해지고, 구위도 떨어지면서 경기가 뒤집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세이브를 척척 따내는 마무리 투수들도 삼성 오승환 정도를 제외하면 구위 자체의 위력보다 제구력으로 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이브를 따내도 불안하게 따내는 경우가 많다.
▲ 선수도, 감독도 피곤하다
결국, 매 경기 빡빡하게 진행되고, 경기 종반 뒤집히는 경기가 속출하면서 투수는 물론이고 타자들도 피곤해진다. 점수 차가 벌어질 경우 주전 타자들이 쉴 여유도 생길 법하지만, 요즘 그런 경기는 잘 없다. 타자들도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긴장을 하면서 체력이 극심하게 허비될 수밖에 없다. 이기는 팀의 선수도, 지는 팀의 선수도 경기 후 녹초가 된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 급 체력 소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감독도 피곤할 것이다. 매 경기 살얼음 승부에 일희일비하면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앞날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해지니 시즌 운용을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올 시즌 농사는 선수들과 감독들의 체력 싸움에서 갈릴지도 모른다. 이른바 '뒷문 불신시대'가 낳은 새로운 진풍경이다.
[실점한 뒤 고개를 숙인 권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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