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다시 베테랑들이 전면에 나섰다.
삼성 타선은 2008년 기점으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선동열 전임 감독은 기존 베테랑 타자들을 하나, 둘 은퇴시킨 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을 중심타자 감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상수, 이영욱, 우동균, 배영섭 등 테이블세터 혹은 교타자의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지난해 부임한 류중일 감독도 젊은 타자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젊은 타자들이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것도 삼성 세대교체 주역인 최형우와 채태인이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형우는 타격 부진으로, 채태인은 무릎 통증으로 22일과 24일 1군에서 연이어 말소됐다. 김상수, 박석민, 정형식 등이 여전히 젊은 세대를 대표하고 있지만, 타선의 무게 중심은 불가피하게 베테랑들로 옮겨가고 있다.
5월 초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던 외야수 강봉규(35)는 16일 대구 KIA전서 1군에 복귀했고, 최근 연이어 5번 타순에 들어서고 있다. 4월 허벅지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했던 박한이(34)도 2일 대구 두산전서 복귀한 뒤 타순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최형우와 채태인이 연달아 빠져나가면서 이승엽(37)의 책임감이 커졌다. 그는 이번 주부터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팀이 위기에 빠지다 보니 이정식과 포수 마스크를 나눠 끼던 베테랑 진갑용(39)도 최근 출장 빈도를 슬슬 높이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36.3세다. 8개 구단 중심 타선이 급속도로 젊어지고 있는 흐름과는 반대다. 하지만, 하위권에 처져 있는 위기의 삼성을 구할만한 적임자는 결국 이들이다. 타율 0.368의 이승엽은 4번 타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하고 있다. 24일 대구 롯데전서는 시즌 8호 솔로 홈런을 쳤고, 최근 5경기서도 21타수 7안타로 타격 페이스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진갑용은 24일 경기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타율 0.355 2홈런 20타점이라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최근 5경기서도 18타수 6안타 타율 0.333이다. 이정식과 출장을 양분하면서도 꼭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 방을 쳐준다. 강봉규도 타율은 0.246이지만, 23경기서 타점은 11개다. 24일 경기서 침묵했지만, 16일 대구 KIA전서 복귀한 뒤 27타수 10안타 타율 0.370 7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박한이도 2일 대구 두산전서 복귀한 뒤 75타수 27안타 타율 0.360에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경기서는 17타수 9안타 6타점 타율 0.529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은 지금 위기다. 5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5할 승률에도 2승이 부족하고 순위도 6위다. 어떻게든 5월에는 5할을 맞추고 6월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건, 역시 베테랑 타자들의 호조 덕분이다. 이들의 합계 연차는 59년이다. 1년만 더하면 60, 사람의 나이로 치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한다는 이순(耳順)이다. 평균 36.3세, 59년산 타자들은 이 위기가 주는 의미에 통달한 것일까. 삼성은 1군과 2군에 숱한 젊은 유망주들이 있지만, 지금은 베테랑들의 힘을 믿을 때다.
[왼쪽부터 진갑용, 이승엽, 강봉규,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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