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25일 고베 호토모토필드에서 열린 오릭스와 히로시마의 교류전. 3-3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오릭스는 선두타자 노나카 싱고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얻었다. 이어 타석엔 아론 발디리스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1-1에서 노나카가 2루 도루에 성공하자 히로시마는 발디리스에 고의 4구를 주고 1루를 채우는 작전을 폈다.
대기 타석에 있던 이대호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기시모토 히데키는 이대호에게 2구 연속 바깥쪽 빠지는 공을 던졌고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꽂아 승부 의사를 보였다. 이어 마침 가운데 높게 몰린 139km짜리 직구가 들어왔고 이대호는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의 타구는 전진 수비를 뚫고 우중간 외야를 꿰뚫었다. 끝내기 안타가 터진 것이다. 이대호의 끝내기 안타로 오릭스는 4-3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 주인공으로 낙점된 이대호는 "끝내기 안타를 쳐서 기분 좋지만 2번째 타석 찬스를 못 살린 게 마음에 걸렸다"라며 끝내기 안타를 친 기쁨보다 전 타석의 찬스를 놓친 것에 대한 자책이 먼저였다. 이대호는 3회말 1사 3루 찬스에 들어섰지만 2루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었다.
이대호는 "앞에 발디리스 선수를 고의 4구로 거를 때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꼭 친다는 생각이었다"라면서 고의 4구가 자존심과 오기를 발동한 원인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대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끝내기 안타를 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히어로 인터뷰는 말 그대로 경기의 수훈 선수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대호의 끝내기 안타는 팀의 승리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는 한편 4번타자로서 임무를 완수한 것이기에 '4번타자 이대호'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낸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올 시즌 현재 이대호는 타율 .263 8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홈런 2위, 타점 5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341(41타수 14안타)로 이 역시 리그 7위에 해당된다. 이대호는 득점권 상황에서 2홈런 16타점을 올린 것은 물론 사사구 11개를 고르며 삼진은 6개 밖에 당하지 않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일본프로야구는 투고타저 현상이 뚜렷하다. 오릭스는 팀 타율 .231에 그치고 있고 가장 높은 팀 타율을 기록 중인 니혼햄의 팀 타율은 .26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퍼시픽리그 최하위 세이부의 평균자책점은 3.50이다. 이대호는 이런 환경에서 4번타자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끝내기 안타를 친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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