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지럽다. 많이 뛰고 있지만, 쉽게 뛰기도 힘들다.
7일 현재 리그 도루 개수는 379개다. 6일까지 정규시즌 190경기를 치렀으니 경기당 평균 2개 정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리그 도루 개수는 총 933개로 경기당 1.8개였으니 올 시즌 도루 페이스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2010년 이대형(LG, 66개)과 김주찬(롯데, 65개), 2009년 이대형(64개), 2008년 이대형(63개), 2007년 이대형(53개) 등 뛰는 야구가 강화된 뒤 도루 타이틀은 늘 주도하는 선수가 있었다. 그러나 2009년 1056개, 2010년 1113개에 비하면 지난해부터 전체적으로 도루 페이스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오재원(두산, 46개)이 2005년 박용택(LG, 45개) 이후 6년만에 50개 미만 도루왕에 오른 걸 시작으로 올 시즌에는 아예 타이틀 수위 다툼을 이끄는 선수가 없다.
선두 이용규(KIA, 18개)를 비롯해 전준우(롯데, 14개) 김선빈(KIA), 정수빈(두산), 박용택(이상 13개) 등 춘추전국시대다. 더구나 이용규는 발목 부상으로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했고, 전준우도 어깨에 잔부상이 있다. 도루만 주구장창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뛰는 야구가 트렌드로 자리한 지가 어언 5년이 됐다. 기존 타이틀을 이끄는 선수들은 지칠 때가 됐다. 최근 꾸준히 도루를 많이 시도한 이대형이나 두산 이종욱, 오재원, 고영민 등은 숱한 견제 속에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타격 부진과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리그를 평정했던 이대형은 타격 부진으로 6일 목동 넥센전서 1군에 복귀했고, 꾸준한 추격자였던 오재원은 발목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다.
이런 가운데 도루 시도가 더 이상 특별한 게 아닌 분위기가 됐다. 발 느린 주자들의 도루도 조금씩 늘어난 대신 타이틀을 이끄는 선수는 사라졌다. 각팀 4~5번 중심타자들도 약간의 틈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루를 한다. 강정호(넥센)는 홈런 16개를 쳤지만, 도루도 12개나 성공했다. 전체적인 도루 개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향도 있다. 현대 야구는 현미경 야구다. 투수의 투구 폼으로 구질과 견제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주자의 스킵 동작과 루상에 서 있는 자세만 보더라도 뛰는지 안 뛰는지 알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뛰는 야구가 트렌드이지만, 투수는 나름대로 도루를 덜 내주기 위해 슬라이드 스텝(세트포지션에서 투구하는 과정의 움직임)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
아직 확고하게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 두 선수가 많은 도루를 하게 놓아둘 정도로 배터리의 준비가 허술한 건 아니다. 리그 도루 개수가 절정에 달했던 2010년 경기당 1.1개의 도루자는 올 시즌 1.2개로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작금의 어지러운 도루 판도를 휘어잡을 선수가 언제 튀어나올까. 현대 야구의 전체적인 트렌드가 좌우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도루 선두 이용규의 도루 시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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