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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방황한 스페인이 어렵게 유로2012 결승전에 올랐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28일 오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12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에 승리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혈투를 벌인 스페인은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겼다. 유로2008, 2010남아공월드컵에 이어 3연속 메이저대회 결승전에 오른 스페인은 7월 2일 독일-이탈리아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델 보스케 감독의 스페인에겐 쉽지 않은 승부였다. 경기 전 대다수 전문가들이 스페인의 우세를 점쳤지만 경기는 포르투갈의 만만치 않은 반격 속에 혼전을 거듭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러한 결과에는 스페인의 잘못된 베스트11 선택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언론들은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제로톱’ 전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가짜 공격수’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 대신 ‘진짜 공격수’ 네그레도(세비야)를 원톱으로 내세웠다. 스페인의 제로톱에 대비했던 포르투갈 벤투 감독의 허를 찌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스페인에게 독이 됐다. ‘진짜 공격수’ 네그레도와 스페인 ‘황금’ 미드필더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못했다.
네그레도의 투입으로 인해 스페인은 ‘공격’ 숫자가 늘었지만 동시에 ‘미드필더’ 숫자는 감소했다. 스페인 제로톱의 핵심인 ‘가짜 9번’ 파브레가스는 중원으로 자주 내려와 플레이를 펼친다. 그로인해 스페인은 늘 상대보다 1~2명 더 많은 미드필더 숫자를 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그레도가 출전하면서 스페인은 점유율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그로인해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없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 9분 네그레도를 빼고 파브레가스를 투입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스스로 ‘원톱’보다 ‘제로톱’이 낫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도 포르투갈 수비를 뚫는 해법은 아니었다. 이후 나바스(세비야)와 페드로(바르셀로나)를 통해 상대 4백 수비의 간격을 벌려 파브레가스와 이니에스타의 침투 공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말 그대로 이날 스페인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표류하며 방황했다. 델 보스케 감독이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네그레도는 슈팅 숫자 ‘0개’의 기록을 남기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고 ‘가짜 9번’ 파브레가스도 스페인이 볼 점유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면서 포르투갈의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또한 스페인은 포르투갈의 강한 압박과 타이트한 공수 간격에 고전했다. 스페인은 전반에만 자신들의 수비 진영에서 14번이나 볼을 전방으로 걷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포르투갈의 전방 압박이 거셌다는 얘기다. 포르투갈은 그런 모습이 2번 밖에 없었다. 이는 스페인이 55% 밖에 볼을 점유하지 못한 이유며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방황한 원인이 됐다.
[파브레가스(왼쪽)과 네그레도(오른쪽).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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