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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어메이징’ 스페인이 유로2012 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은 제로톱으로 시작해 제로톱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사상 첫 유럽선수권대회 2연패, 월드컵 포함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스페인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12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0로 대파했다.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호르디 알바(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 후안 마타(이상 첼시)가 연속해서 골망을 갈랐다. 지난달 11일 1-1 무승부를 연출했던 두 팀의 두 번째 맞대결은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첫 번째 대결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던 쪽은 ‘제로톱’이 아닌 ‘스리백’이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을 상대로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반면 ‘가짜 9번’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앞세운 스페인의 효율성은 떨어졌다. 볼을 지배했지만 경기를 지배하진 못했다.
하지만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제로톱 전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고집쟁이가 아니었다. 아일랜드와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선 ‘진짜 9번’ 토레스를 선발로 내보내 4-0 대승을 거뒀고, 크로아티아전에서도 토레스를 선발 출전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르투갈과의 준결승도 시작은 제로톱이 아닌 원톱 알바로 네그레도(세비야)였다.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8강과 4강전까지, 스페인의 실험은 계속됐다. 제로톱은 상대를 압도하는 기능이 탁월했다. 사실상 6명의 미드필더가 배치된 4-6-0 포메이션의 제로톱은 8강전에서 프랑스를 괴멸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지루하다는 평가도 따랐다.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적으로 전개되는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재미없는 축구가 됐다.
원톱도 희비는 엇갈렸다. ‘진짜 9번’ 토레스는 아일랜드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제로톱을 지우는 듯 했으나 크로아티아, 프랑스전 부진을 겪으며 다시 벤치로 물러났다. 포르투갈전에서 히든 카드로 등장했던 네그레도도 마찬가지다. 네그레도의 실패는 스페인의 제로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델 보스케 감독은 결승전에서 다시 제로톱을 꺼내들었다.
스페인의 제로톱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파브레가스-실바로 마무리된 선제골 장면은 제로톱 시스템의 진수를 보여줬다. 스페인의 베스트11에는 빠른 스피드를 갖춘 윙어도, 제공권을 갖춘 타켓맨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탈리아 수비를 붕괴한 뒤 헤딩으로 첫 골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에 결승전의 스페인은 완벽한 제로톱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이는 ‘제로톱’과 ‘가짜 9번’이 같은 듯 다른 이유와 같다.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가 최전방에 출전했다고 해서 반드시 제로톱이 되는 건 아니다. 그가 ‘가짜 9번’처럼 움직임 때 비로소 제로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9번’이 ‘진짜 9번’을 흉내내는 순간 제로톱은 원톱이 되고 만다.
이유야 어찌됐든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제로톱은 점차 진화된 모습을 보인 끝에 결승전 4-0 이란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물론 그것이 전부 제로톱 때문에 거둔 승리는 아니다. 축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의 제로톱이 유로2012의 우승 키워드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의 제로톱은 ‘어메이징’했다.
[유로2012 챔피언 스페인.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위), 파브레가스 볼터치 위치, FourFourTwo.com/StatsZone 캡처(아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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