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사율이 롯데 세이브 역사를 새로 쓴다. 4일 부산 SK전서 21세이브째를 따낸 김사율은 3일 부산 SK전에서도 롯데 투수 최초로 2년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역대 롯데 투수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인 1994년 박동희의 31세이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 그의 페이스와 롯데의 전력으로 볼 때 30세이브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 김사율이 4일 부산 SK전을 앞두고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그 안엔 김사율의 치열한 고민과 야구관이 녹아있었다.
▲ 솔직한 고백 “자만했다”
김사율은 6월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8세이브를 따냈지만 월간 평균자책점은 4.22로 마무리 치고는 낙제점이었다. 6월 9일 부산 KIA전서 1⅓이닝 2자책점, 14일 부산 두산전서 ⅔이닝 1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전반적으로 6월 들어 구위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앞선 두달간 패전 없이 달려오다 맞이한 시련, 과거의 그것과는 달랐다. 무명에서 불펜 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기에서의 부진보다 정상급 마무리로의 성장 이후 맛보는 시련이 심적으로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자만했다.” 김사율이 내뱉은 말이다. “마무리로서 2~3번 연속 구원에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의 결과를 먼저 생각해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민에 빠졌다. 오승환처럼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 그가 갑자기 흔들리자 “나도 직구 스피드를 더 내야 하나”라는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오산이었다. 미리 결과를 의식하니 더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99년 데뷔 후 줄곧 맞춰잡는 피칭을 즐기던 그가 갑자기 구위로 승부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장점을 잃었고, 부진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한다는 김사율은 내적 갈등에 시달렸으나,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진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6월 16일 부산 넥센전부터 4일 부산 SK전까지 7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이다. 스캇 프록터(두산)와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선두.
김사율은 “감독님이 믿어주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와줬다. 부진해도 세이브 상황에만 나왔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부진 속에서도 그를 흔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다시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엔 팀 동료의 믿음도 포함돼 있다. “타자들이 공격하는 걸 봐도 안다. 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점이라도 더 뽑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야수들이 믿음을 줘서 고맙다”고 털어놨다.
김사율은 그런 생각이 들 때부터 구위를 되찾기 시작했다. 최근 급속도로 세이브를 쌓는 건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의 믿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승환이 아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집중하자. 구위로 압도하지 못하니까 선두타자 출루를 조심하자는 생각으로 돌아갔다. 세이브에 대한 욕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버렸다. 기록과 숫자에 신경을 안 쓴다”고 말했다.
최근 무섭게 세이브를 쌓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동료에 대한 고마움이 커지는 김사율이다. “불펜 투수들이 더 고생한다. 나는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지만 불펜 투수들은 이길 때, 동점일 때 항상 대기해야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편한가. 고생하는 동료를 위해서 내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의 표정엔 고마움, 그리고 책임감이 서려있었다.
김사율은 깨달음을 얻었다. “야구 공부가 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문득 철 없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군대 다녀오기 전에 롯데와 군 제대 하고 2008년 이후 롯데는 달랐다. 팀이 강해졌다. 이런 팀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김사율은 “군대 가기 전엔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는 방법을 몰랐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꾸 지니까 더 위축됐다”고 회상했다. 이젠 다르다. 야구를 잘 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김사율은 강해진 팀에서 마음을 다잡고 세이브를 쌓으며 간판 마무리로 자리잡았고, 팀 동료와 감독의 믿음 속에 더욱 강해졌다. 그 결과 2009년 애킨스에 이어 롯데 출신 두번째로 구원왕을 노리는 위치로 올라섰다. 마무리를 맡으며 야구 공부가 된 김사율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롯데 최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김사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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