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머리 깎았으니 마음잡고 야구하려고요.”
롯데 홍성흔이 요즘 악전고투 중이다. 6월 7일 대전 한화전서 스윙하던 중 갈비뼈를 다쳐 22일 잠실 LG전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1군에서 뛸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6월 28일 부산 한화전부터 29~7월 1일 잠실 두산전까지 4경기 연속 결장했다. 3일과 4일 부산 SK전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경기 도중 교체됐다. 홍성흔은 “뼈는 다 붙었다. 스윙할 땐 안 아픈데 뛸 때 주변 근육이 아프다”고 자신의 갈비뼈 상태를 설명했다.
▲ 염색과 삭발, 이유가 있다
이런 이유로 홍성흔은 팀에 미안함을 갖고 있다. 요즘 더욱 팀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홍성흔이다. 그러면서 “노란 머리는 되게 부담스럽다”며 올 시즌 초반 자신의 염색한 머리를 떠올렸다. 홍성흔은 시즌 초반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였고, 갈비뼈 부상 회복 후 1군에 돌아와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런데 4일 부산 SK전을 앞두고는 안 그래도 짧은 머리를 더욱 짧게 깎았다. 현재 홍성흔의 머리 스타일은 이른바 '까까머리'다.
홍성흔은 “사실 노란 머리는 내 자신을 다잡는 것이다”고 말했다. 팬들은 노란 머리를 하고 야구를 잘하면 그 헤어스타일을 ‘개성’으로 본다. 그러나 야구를 못하면 “야구도 못하는 게 머리만 노랗게 물들였다”고 욕한다는 게 홍성흔의 설명이다. “야구를 못하면 노란 머리로 욕먹을 수 있기 때문에 노란 머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를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게 홍성흔의 설명이다. 실제 시즌 초반 홍성흔은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이후 야구에 그 누구보다 집중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홍성흔은 최근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 삭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논리를 폈다. “그 역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면서도 “삭발을 하면, 야구를 못해도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 팬들은 머리를 짧게 깎으면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하는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주변의 신경을 끄고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삭발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홍성흔 역시 최근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자 주변의 신경을 쓰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인터넷 댓글, 마음 다잡는 계기가 된다
그는 이색 논리를 폈다. 물론 농담이 반쯤 섞여있다. “부진한 선수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면 그건 인터넷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머리가 노란 선수가 부진해 인터넷에서 팬들의 지탄을 받음에도 노란 머리를 바꾸지 않는 건 그만큼 그 선수가 여론에 무신경하다는 뜻이다.
홍성흔은 “가끔 인터넷에 뜬 내 기사의 댓글을 본다. 다는 못 본다. 솔직히 욕먹는 게 두려운 면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홍성흔은 야구를 잘 하니 팬들의 욕을 먹지 않는 편이다. 또한 그는 “안 좋은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수준 높은 야구팬들의 진지한 충고다. 그런 댓글은 볼 필요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최근 머리를 짧게 한 것을 두고서 “머리 깎았으니 마음잡고 야구해야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성흔이 말하듯, 야구 선수들은 은근히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다. “인터넷 댓글 보지 마세요”라는 주변의 말에도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프로 선수이니 헤어 스타일, 인터넷 댓글 등에도 자신의 현실과 연관을 짓는다. 결국 홍성흔은 야구 선수의 애환을 헤어 스타일과 인터넷 댓글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홍성흔은 롯데 모범생이다. 갈비뼈 부상 후 꼭 여론이 신경 쓰여 최근 머리를 깎은 건 아니다. 단지 어떻게든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뿐이다. 머리 스타일을 떠나서 홍성흔은 요즘 자신이 조기 교체되자 “팀에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복귀한 뒤 17타수 6안타로 제 몫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걱정을 한다. 그의 야구 열정은 아직 성적으로 100% 환원되지 않았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홍성흔(위)과 머리를 깎은 홍성흔(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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