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K, 이대로 주저앉겠어요?”
5일 사직구장. 롯데전을 준비하는 SK의 덕아웃 분위기는 무거웠다. 5연패 포함 최근 2승 9패. 투타 무기력증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이만수 감독은 연이어 위기 해결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진 무소용이다. 이런 SK의 연패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주장 박정권에게 들어봤다.
▲ 플레이가 경직됐다
“시즌을 항상 100% 상태로 치를 수 없다”는 게 박정권의 말이다. “어느 팀이든 위기가 온다. 우리의 경우 위기가 왔을 때 못 넘기고 있는데, 자꾸 지다 보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위기를 넘기지 못하자 부담을 느낀다는 뜻이다. 확실히 최근 SK엔 이런 모습이 보인다. 불펜 핵심 정우람과 박희수가 빠졌을 때 타선은 점수를 더 뽑아야 한다는 부담에 더욱 침묵했고, 선발 투수들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되려 무너졌다.
이를 두고 박정권은 “선수들의 플레이가 경직됐다”고 했다. 그는 “이제까진 내가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타자가 해결한다는 믿음, 내가 주자를 내보내도 다음 투수가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주자를 안 내보내야 하는데, 내가 무조건 안타를 쳐야 하는데’라고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수비 실수로 점수를 내주고 더욱 분위기가 처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 공수교대부터 신속하게
그렇다면 박정권은 주장으로서 선수단에 어떠한 액션을 취했을까. “기술적인 걸 지적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잔소리가 될 수 있다”는 그는 “뒤에서 조용히 서로 격려하고 돕는다. 선배들도 돕는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하자고 했다”고 털어놨다.
눈에 띄는 게 있다. 최근 SK는 공수교대 때 빨리 뛰어나가고, 빨리 뛰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에너지 절약과 경기 시간 줄이기 차원에서도 지켜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정작 프로 선수들에겐 간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설렁설렁 움직이면 보기 싫잖아요”라는 박정권은 작은 것 하나부터 바꿔간다면 반등의 기회도 찾아오고 팀 결속도 될 것이라 믿는다.
▲ 자만 아닌 자부심 갖는다
박정권은 대뜸 “그래도 SK인데, 이대로 주저앉겠어요?”라고 되물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예전 SK가 오뚝이처럼 일어나 한국시리즈 5회 연속 진출을 해냈던 것처럼 “하다 보면 다시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심리일 수 있다.
아니었다. 박정권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지는 것에 무덤덤하거나 경기를 안일한 자세로 하는 일도 없다”고 말한 뒤 “아직 시즌이 반이나 남았다.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과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참 이호준도 “예전 우승할 땐 7연패도 했다. 5연패를 끊고 5연승도 할 수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보탰다.
이만수 감독도 선수들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다. 이 감독은 5일 우천 취소되기 전 기자들에게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 그 동안 산발 안타도 안 나왔는데 어젠(4일) 안타를 10개나 쳤다. 그러다 보면 찬스에서도 치겠지”라고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냈다. 또한 최근 복귀한 송은범이 덕아웃을 지나자 대뜸 불러 진한 포옹으로 격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SK는 5연패, 중위권 추락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들에겐 일단 5연패만 끊는다면 서로 곧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란 끈으로 연결돼 있다.
[상념에 잠긴 박정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