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NHK? 찍지 마쇼" 원전데모 편향 보도에 국민들 원성 커
공영방송 NHK가 일본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원전 재가동에 있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정부 편향적인 뉴스만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총리관저 앞에 진을 치고 원전 재가동 반대를 부르짖는 시위대의 화살이 NHK를 향한 것도 같은 맥락. 집회 참가자들은 NHK에서 나온 기자나 카메라를 향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곳이 국민의 소리에 침묵한다"며 성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넷 등에서는 이미 NHK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원전 항의집회 다음날은 NHK 홍보부 전화가 먹통이 될 정도로 항의전화가 쇄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국민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크게 달려졌음에도 정부 편향적인 뉴스를 우선해서 송출하고 있는 NHK에 대한 적개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 집회
오이원전 재가동을 이틀 남겨둔 지난달 29일, 도쿄 가스미가세키 총리관저 앞에 재가동 반대를 부르짖는 항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수십만 명의 일본국민들이 집결했다.
이날 참가자 수는 정확지 않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 수를 2만여 명으로 발표했고 주최 측은 약 20만 명이 다녀갔다고 집계했기 때문이다. 참가자 수 집계에 괴리감이 크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규모인 것만은 틀림없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유명 신문사의 한 베테랑 기자도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은 드물다. 기자 생활 10년 동안 오늘 같은 규모의 집회는 처음"이라고 밝힐 정도. 그만큼 원전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생각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하다.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상공에는 10여 대의 언론사 헬기가 떴고 집회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각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들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도 언론의 움직임에 호의적이었다. 방송사 인터뷰에 순순히 응하고 사진 촬영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NHK에 대해서만은 집회 참가자들의 반응이 사뭇 달랐다.
"거기 NHK, 오늘은 무슨 일 때문에 왔소. 놀러 왔나. 보도도 하지 않을 건데 카메라는 왜 찍어. 찍지 마쇼"
NHK의 완장을 찬 기자와 카메라가 지나가자 여기저기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고 조롱 조의 욕설도 들렸다. NHK를 향해 소리 친 한 참가자는 "원전 재가동도 웃기는 일이지만, NHK를 보면 더 화가난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원전 재가동 반대'를 총리관저에 외칠 때도 정연했던 집회 참가자들이 이처럼 NHK에 분개하는 이유는 NHK가 원전데모와 관련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다시는 공영방송이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떻게 보도를 안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영방송은 누구의 것이냐? 나도 수신료를 낸 사람 중의 하나다. 여기에 모인 사람도 일본 국민이다. 국민이 이렇게 많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면 공영방송이 가장 앞장서서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NHK는 침묵했다"
이 참가자가 말하는 NHK의 침묵은 바로 지난주 열린 금요집회의 일을 말한다.
◆NHK의 침묵
지난 3월 29일부터 '수도권반원전연합'이라는 단체가 매주 금요일 총리관저 앞에서 원전 반대 집회를 개최한 이래 참가자 수는 극적으로 늘어났다.
주최 측에 따르면, 첫 집회 때의 참가자 수는 300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측의 원전 재가동 움직임에 맞춰 참가자도 매주 증가했고 오이 원전 재가동이 정식으로 결정된 직후 개최된 지난 22일 집회에는 약 4만 5천명(경찰측 추산 1만 1천명)으로 급증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조차도 이날 집회에 관해 "총리관저 앞에서 원전반대를 외치는 소리가 더욱 커진 것을 느꼈다"고 언급할 정도의 규모였다. 이처럼 원전 재가동 움직임에 따른 국민의 반대 여론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 오이 원전 재가동과 맞물려 국민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좋은 기회에 NHK는 침묵했다. 그날 저녁 NHK 뉴스는 총리관저 앞의 금요집회에 대한 소식은 한 토막도 내보내지 않았다.
언론사의 성향이나 뉴스 포맷의 차이도 있겠지만, 민영방송 tv아사히가 '보도스테이션'을 통해 이날 집회의 모습을 전하며 원전 재가동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다각적이며 심층적으로 다룬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기 때문에 NHK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컸다.
인터넷 등에서는 NHK의 침묵과 보도스테이션의 원전데모 뉴스를 비교하며 NHK에 대한 성토 글이 이어졌다.
"NHK 9시 뉴스는 전혀 데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1시간 뒤에 방영된 tv아사히의 보도스테이션은 '4만 5천'명이라는 참가자 숫자를 확실히 전하고 총리관저에서 나오는 에다노 유키오 경산상과 호소노 고시 관방장관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데모와 관련해 질문하는 등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를 보였다.
신문사의 경우, 아사히, 도쿄, 마이니치가 속보로 이 소식을 전했지만, 요미우리, 산케이, 닛케이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원전과 관련해 각 언론의 보도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NHK는 심하다. 이렇게 편향적인 '공영방송'은 필요없다. 나는 NHK 수신료를 '미카지메(조폭이 보호 명목으로 뺏는 돈)'라고 부른다.
이런 NHK에 수신료를 지불할 바에는 총리관저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작은 인터넷 매체에 주는 편이 났다"
광고나 스폰서의 금전적 지원으로 움직이는 민영방송사도 원전 재가동의 의미나 국민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스폰서가 국민인 NHK가 국민의 시선을 무시한다. 29일, 집회에 참여한 이들이 NHK에 분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 보도할 것인가?
29일, 금요집회 취재 현장의 기자들은 "오늘 집회를 NHK는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집회 참가자 수가 이쯤 되면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보도할지가 문제. 아마 크게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일본 모 신문사 베테랑 기자)는 예측이 들려왔다.
베테랑 기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NHK는 이날 데모 소식을 저녁 뉴스에 내보냈지만, 영상은 불과 17초에 그쳤다. 참가자 숫자 역시 "지난번보다 많은"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이원전이 7월 1일 드디어 재가동에 들어갔다. 원전 반대를 외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7월 6일 금요집회를 NHK는 어떤 관점에서 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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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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