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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출범 17년째를 맞은 케이블방송(CATV) 시장은 '지상파 재방송 매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느덧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양적, 질적 성장과 함께 문제점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CATV=CJ, 채널 빈익빈 부익부 현상
CATV 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M의 시장 장악력이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다. CJ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 ‘문화가 국력’이라는 슬로건 아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 1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영화와 극장 사업은 물론 게임업체 넷마블과 케이블 방송사 온미디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회사의 크기를 비대하게 키웠다. 또 지난해 3월 영화, 음악, 공연, 방송, 인터넷사업 부문을 통합한 CJ E&M이 출범하기 전부터 창의적인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인재 사냥을 계속해오며 내부적으로도 내실을 다졌다.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증가로 이어졌고 지상파의 재방송을 담당했던, 케이블 채널하면 마니아적인, 저급 프로그램이란 인식을 깨고 다양한 콘텐츠로 시청자의 볼 권리를 높이고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순기능을 가져오게 됐다.
CJ는 이처럼 CATV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에 일조한 일등공신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반면 케이블 채널하면 CJ 계열이 떠오를 만큼 채널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 다른 채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불균형 현상을 야기시켰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CJ E&M과 CJ 헬로비전 등의 독과점 부작용을 우려해 CATV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비치기도 했다.
‘킬러 콘텐츠 부족해’, 외국 포맷 수입+여전히 높은 재송신율
CJ E&M을 기반으로한 tvN 채널에서는 ‘막돼먹은 영애씨’, ‘롤러코스터’,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로맨스가 필요해’, ‘꽃미남 라면가게’, ‘신의퀴즈’ 등의 자체 제작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의 킬러 콘텐츠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자체제작 붐은 한때 전 케이블 PP로 불기 시작, 다양한 콘텐츠들이 CATV를 통해 제작되는 단초를 마련했다.
특히 2009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초대박을 치면서 지상파를 위협하는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실제로도 지상파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높은 완성도와 업그레이드된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에 특히 오디션 붐을 타고 지상파에서는 반대로 CATV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을 모방해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CATV 프로그램들은 해외에서 이미 검증되고 성공한 외국 포맷을 수입해 한국버전으로 제작하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되고 보장된 콘텐츠를 채워나갈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고유의 창의적인 프로그램 계발에는 한계점을 노출했다.
드라마에서는 자체 제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미드(미국드라마)의 의존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무엇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CATV 시장을 바꿔놓은 ‘슈퍼스타K’ 역시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한 포맷일뿐더러 최근 인기를 모은 ‘SNL코리아’나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마스터 셰프 코리아’ 등 대부분의 사랑받는 프로그램들이 외국 포맷을 차용한 것들이다.
이와 함께 여전히 평균 50%에서 60%까지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는 것도 CATV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재송신율이 낮다는 것은 해당 채널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방송에 넣을 콘텐츠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특정 프로그램을 반복 시청하게 하는 것은 단연 식상함을 준다. 정규 시간에 보지 못한 사람을 위한 당연한 서비스이자 좋은 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것은 방송사가 갖고 있는 의무일지 모르나 일반적으로 주말 낮 시간대는 시청률이 좋은 오락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좋은 프로그램은 보기 힘든 시간대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송 심의 이대로 괜찮은가? 선정성+폭력성+거친 언어사용
지난해 방송언어특별위원회가 케이블TV 5개 채널 56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이 아닌 제목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82.1%에 달하는 46개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KM TV 8편 중 8편(100%), 엠넷 14편 중 13편(92.9%), ETN 10편 중 9편(90.1%), Y스타 7편 중 5편(71.4%), tvN 17편 중 11편(64.7%)의 제목이 외래·외국어를 사용하거나 로마자 등으로 표기됐고 바른 우리말을 사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또 말 줄임 표현이나 인격을 비하하거나 선정적인 표현, 잘못된 높임 표현 등 언어 사용에 있어서의 문제점도 많았으며 표기법에 어긋나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자막 등의 사례도 다수 지적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방송 심의 문제로 방통위에 경고 및 규제를 받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으며 케이블 채널에 선정성 문제는 이제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QTV ‘순위 정하는 여자’에 출연진이 “몸이 남자들이 많이 만져 준 몸이다”, “남자 양기를 오랫동안 못 받아서 푸석푸석한 느낌이다”라는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올리브의 ‘악녀일기’나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등은 출연자들의 비상식적인 언행과 과한 노출 등으로 종종 구설수에 올랐다.
CATV는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따로 계약을 맺어야 시청할 수 있는 유료 매체라는 점을 이유로 그간 방송 윤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케이블TV 디지털 및 아날로그 방송 가입 가구 수는 약 1500만을 기록, 전국 보급률 80%대에 육박하며 지상파 못지않는 보편성을 갖추게 됐다. 이에 주 시청층인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 잘못된 언어 사용 등이 더이상 방조되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 CJ E&M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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