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日상륙 中전자업체 "한국 덕분", 왜?
삼성, LG 등 한국 업체와의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 전자업계가 이번에는 중국기업과의 대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운 중국 전기업체들이 잇따라 일본상륙을 감행할 예정이지만, 사상 최악의 적자를 줄줄이 기록한 일본기업들에 중국기업의 일본상륙을 막을 여력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일본기업들은 중국기업과 협력과 공생의 길을 통해 재기의 발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 LG와의 대회전에서 큰 출혈을 일으킨 일본 TV시장을 가장 먼저 노린 것은 중국기업 '하이센스 그룹(Hisense Group)'이다.
하이센스는 이달 21일부터 50인치 대형LCD TV를 일본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소매가는 9만 9,800엔(약 150만 원). 타사 제품보다 무려 40% 이상 저렴한 파격적인 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하이센스는 2012년 1~3월기 TV판매액 세계 시장점유율이 4.8%로, 세계 6위의 대기업이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제품을 선행 발매해 이후 중국본토에서도 연내부터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이센스는 부품의 대량 조달로 생산 코스트를 대폭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TV의 기능도 단순화해 가격파괴를 이루어냈다. 50인치 TV의 일본 평균 가격은 6월 현재 16만, 1,800엔이다.
일본 내 각사가 보유한 과잉 재고가 해소돼 가격 하락은 일단 멈춘듯한 국면이지만, 하이센스의 상륙으로 다시 한번 가격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이센스는 24~39인치의 4개 기종도 8월 말에 발매할 예정으로, 일본에서 연간 10만대의 판매 목표도 세웠다. 다른 중국기업도 일본진출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톱을 달리고 있는 '하이얼'은 산요전기로부터 매입한 '아쿠아(AQUA)' 브랜드를 활용해 세탁기, 냉장고 등의 고급 기종을 일본에서 전개할 예정이다. 구 산요전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확대도 목표로 세웠다. 또한, 스마트폰에서는 중국의 '화웨이' 등이 존재감을 서서히 높이는 중이다.
이처럼 중국 가전 대기업들이 일본상륙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저가격 모델이라도 일정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시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일본시장에의 진출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력을 배양시킨다는 의도가 있다.
일본시장을 통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중국제품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면, 주전장인 중국 국내나 미국에서의 판매확대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이치이다.
문제는 저가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기업을 저지할 수 있는 여력이 더는 일본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TV시장에서 독주태세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기와의 정면대결에서 패퇴한 직후이기 때문. 소니를 비롯해 파나소닉, 샤프 등 주요 대기업이 TV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다.
일단은 정면대결보다 공동개발이나 부품의 공급, 생산·판매 면에서의 사업 제휴 등을 통해 살아남는 데 안간힘을 쏟는 분위기다.
8월부터 본격적인 일본진출을 시작하는 하이센스 그룹과는 이미 복수의 일본 제조업체가 TV화상처리 반도체나 전기제어용 소프트웨어 등을 공동개발해 공급하고 있고 소니도 생산, 판매 면에서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칫 내수 시장 잠식을 초래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로에서 일본 전자업계가 공생의 길을 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욱일승천하는 중국기업의 기세를 잘만 활용한다면 재기의 발판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고 일본언론은 전했다.
안병철 기자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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