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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중 하나인 SBS ‘인기가요’(인가)가 차트를 폐지한다.
제작진은 오는 15일 방송되는 방송분부터 뮤티즌송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뮤티즌송은 음반 판매량, 음원, 네티즌 투표, 방송 횟수, 리서치 등을 기준으로 선정되며 기존 순위 프로그램처럼 1위에 해당하는 영예로 인식돼 왔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순위에 얽매인 진행으로 시청자들이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게 됐다"며 "팬들의 과열된 경쟁도 없애고 다채로운 무대 구성으로 한층 더 깊이 있는 가요 프로그램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 중반 이후 한국 가요 일명 ‘K팝’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홈그라운드격인 한국 방송사, 그것도 줄기차게 순위제를 고수해 오던 ‘인가’의 순위제 폐지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가’가 차트를 포기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로는 KBS 2TV ‘뮤직뱅크’(이하 뮤뱅)만이, 케이블 포함이라면 엠넷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 2개 프로그램만 1위를 발표하게 됐다.
이런 ‘인가’ 순위제 폐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과거 ‘가요 톱10’으로 대표되는 음악프로그램은 2000년 초반 순위제를 폐지한 과거가 있다. 그 이유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 하다는 것.
당시 순위제 폐지는 문화계 일각에서 제기한 특정 장르의 노래에 대한 편중과 순위 독점, 그리고 대형 기획사의 입김을 이유로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선호하는 ‘경쟁’이라는 보는 재미가 사라진 가요 프로그램은 시청률 하락을 거듭했고, 결국 ‘뮤뱅’이 2007년 순위제 부활을 선언했다.
‘뮤뱅’의 차트 부활로 지상파 3사 음악 프로그램 가운데에서는 MBC ‘쇼!음악중심’(이하 음중)만이 차트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시청률 향상을 위해서 고수되거나 투입된 순위제는 도입 초기에는 순기능이 많았다.
특히 순위제 도입초기 ‘뮤뱅’은 하위권부터 상위권까지 고르게 출연자들을 배치하면서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높였다.
하지만 약 5년여가 지난 지금 순위제는 더 이상 공신력도 영향력도 심지어 방송 자체의 재미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 측면에서 순위제를 채택해 왔던 ‘뮤뱅’과 ‘인가’가 ‘음중’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방송사에서는 ‘공신력’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공신력을 줄 수 있는 음원/음반 판매량 및 팬투표, 방송출연 횟수는 팬덤과 기획사에서 컨트롤 가능한 수치다. 한마디로 팬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와닿는 순위가 아니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심지어 일부 팬덤과 대형 기획사에는 가수의 1위를 위해 사재기 및 신청곡 몰아주기를 하는 부작용까지 거듭 대두되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순위프로그램에 대해 모든 대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우리 음악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순위를 발표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방송에서 부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게 사실”이라며 “그 원인은 대중이 느끼는 1위와 방송에서 보여지는 1위가 거리가 먼 것에 기인한다. 음반 시장의 수명 주기가 짧아져서 길어도 3주면 차트 순위권 밖으로 사라지는 것에 반해 주단위로 전파를 타는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의 가요 프로그램 순위제에 대한 논란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2000년 초반 논란이 한창 불거지던 당시와는 상황 또한 다르다. 또, 이번 ‘인가’의 순위제 폐지가 한국의 모든 가요프로그램의 1위 주기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가’ 제작진이 결정이 왜 나오게 됐고 대중이 왜 이런 결정에 대중이 지지의사를 보내는지는 주목해봐야 할 일이다.
[7월 8일 ‘인가’ 뮤티즌송을 수상한 원더걸스. 인가의 순위인 TAKE7. 사진 = SBS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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