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SK가 12일 인천 넥센전서 대승을 거두며 보름만에 1승을 따냈다. 지긋지긋한 8연패에서 벗어나며 승률 5할에 복귀했다. 단순한 1승을 떠나서 곳곳에서 연패 후유증을 털어버리고 반등을 노릴 만한 징후가 엿보였다.
▲ 이만수 감독의 말 아닌 행동
8연패를 당하자 이만수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7~8월 합계 +18승을 목표로 삼고, 선수들에게 감독을 위해 뛰어달라는 말을 한 뒤 본격적인 장기 연패의 길로 이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이만수 감독은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급기야 8연패를 당하자 12일 경기를 앞두고선 구단 관계자를 통해 기자들과의 경기 전 인터뷰를 정중하게 고사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부터 조 알바레스 3루 작전 코치의 2군행 이후 이광근 수석코치에게 겸임시켰던 3루 작전 코치 역할을 한혁수 주루, 수비코치에게 부여했다. 이날부터 당장 이 수석은 덕아웃의 이 감독 옆으로 돌아왔다. 감독 보좌에 충실하는 수석코치 본연의 역할으로 돌아갔다. 그간 SK는 사실상 성준 투수코치가 이 역할을 하며 코치들의 역할 분담이 모호했지만, 이 감독이 바로잡으며 벤치의 역량 강화에 나섰다.
우연인지 몰라도 SK는 벤치 업무 분장을 정비한 날 8연패를 끊었다. 이 감독은 이날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선발 송은범의 조기 강판에 이은 과감한 불펜 가동, 6회 5-2로 달아난 상황에서 대타 조인성 카드 등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오랜만에 자신의 뜻대로 경기를 풀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연패 탈출의 의지를 보였고, 선수들도 이 감독의 지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연패를 벗어났다. 팀워크로 일군 승리라 SK에 더욱 값졌다.
▲ 득점권에서 안타 터지기 시작
8연패 속에서 SK의 득점권 타율은 바닥이었다. 팀 타율도 낮지만, 득점 찬스만 되면 완전히 얼어붙는 방망이가 가장 속 터지는 일이었다. 경기 전 만난 정근우는 “조만간 좋아질 것이다. 1~2번 방망이가 확 터지기만 하면 된다”라고 낙관론을 폈다.
정근우의 말대로 이날 SK는 득점권 찬스에서 13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원활한 공격을 선보였다. 특히 이호준의 결승포 이후 득점권 상황에서 연이어 안타를 터뜨리며 승기를 확실히 잡는 모습은 8연패 과정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일전에 이 감독이 “산발안타만 나오고 있는데, 이러다 보면 곧 득점권에서도 터질 것이다”라며 기대한 게 드디어 현실이 됐다. 한번 물꼬를 텄으니, 선수들도 앞으로 득점권 상황에서 부담이 줄어들 게 됐다.
▲ 선수들의 침묵 속 변화
이 감독이 덕아웃에서 자취를 감춘 12일 오후, SK 선수들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선수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농군패션을 한 채 결의를 다졌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필승 의지를 다졌다. 기자들의 덕아웃 취재 시간에도 이 수석 지휘 하에 묵묵히 훈련만 할 뿐이었다. 어렵게 입을 연 정근우는 “부상 선수가 많은데, 나머지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 선수들은 스스로 잘 안 되는 부분을 찾아서 고치려고 한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 연패에 대한 부담 모두 잊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경기가 SK의 대승으로 끝난 뒤 이 감독은 “팬, 선수단, 코치진, 프런트에게 마음 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고 특히 팬들에게 송구스럽다. 묵묵히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공을 돌린다.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낮은 자세는 팀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나긴 시즌 중 8연패와 1승이었다. 크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단 1경기로 시즌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사례는 수 없이 많았다. 일단 12일 인천 넥센전 승리로 작금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보였다.
[SK 선수들(위), 이만수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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