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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 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가 17일 방송을 끝으로 16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된 '추적자' 마지막회에서는 백홍석(손현주)의 딸 수정이(이혜인)의 죽음과 살인교사, 유력후보 강동윤이 몰락했던 대통령 선거의 대혼란까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교통사고의 음모가 공개됐다. 이와 동시에 수정이의 누명이 벗겨졌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백수정법도 제정됐다.
백홍석은 딸의 누명을 벗겼지만 살인, 도주, 법정 모욕죄 등 검찰이 제기한 전 항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정은 백홍석에게 "딸의 죽음에 격분한 점은 정상참작할 수 있으나 법률은 자력구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죽은 수정이의 환상이 홍석 앞에 나타나 "아빠 고마워, 아빠는 무죄야"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추적자'는 손현주, 김상중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극 전개, 시사성을 통한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9일 방송분이 시청률 17.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월화드라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마지막회에서도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다. 또 수정이 같은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사법제도 개혁입법인 '백수정법'의 제정과 대선 유력후보였던 강동윤의 징역 8년형 등 현실감 있는 결말은 시청자들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고, "'추적자' 답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추적자'의 종영이 아쉬운 것은 애당초 계획된 1회 연장 계획이 무산된 것에서 오는 아쉬움만은 아닐 것이다. '추적자'는 가뭄의 단비같은 드라마였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드라마에 비해 '추적자'는 달랐다.
전문가들은 '추적자'와 타 드라마의 차이점으로 '톱스타'의 부재를 꼽았다. 아이돌 스타, 한류스타를 '톱스타'로 규정하는 세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추적자'에는 그 톱스타가 없었다. 하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었다. 국내 드라마 상황과 연예계 구조를 인지했을 때 그 다름은 모험 그 자체였다.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 류승수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즐비했건만 추적자의 시작은 초라했다. 지난 5월 24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추적자' 제작발표회는 소지섭, 이연희 주연의 '유령', 장동건, 김하늘 주연의 '신사의 품격' 제작발표회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도 '추적자'는 재밌었다. 배우들은 연기를 잘했다. 드라마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점은 똑똑한 시청자들에게 바로 어필됐고 '추적자' 신드롬의 뿌리가 됐다.
특히 손현주가 연기한 형사 백홍석은 딸을 잃은 아버지이자 아내를 잃은 남편의 슬픔을 안고 처절하게 복수를 해나갔다. 하지만 그 안에 악의는 없었다. 그는 인간적이고 정의롭게 복수를 해 나갔다. 그래서 인간 백홍석의 슬픔은 절정에 달했다. 법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부딪히는 백홍석의 몸과 마음은 부서졌고 시청자들은 그를 보며 대신 슬퍼했다.
김상중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국민들 앞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강동윤을 소름끼치게 연기해냈다. 한오그룹 서동환 회장 역 박근형은 어떤가. 올해 70세가 넘은 이 배우는 온몸을 다해 서 회장의 분노와 기쁨, 열정과 목표를 표현해냈다.
'추적자'는 끝이 났지만 '추적자'가 남긴 의미는 드라마가 가진 무게보다 더 크다. 연기력은 둘째치고 스타성만을 쫓는 캐스팅 현실에 대한 일침은 물론 강동윤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을 통해서 얼마 안 있을 대선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다. 마지막회에서 제정된 백수정법은 법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손현주는 "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우리 드라마는 차별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월화드라마를 젊은 배우들이 채워줬다면 우리 배우들은 30~60대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기자들 중 쉽게 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며 목숨을 내어놓고 촬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1, 2회만 봐도 드라마의 매력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방송 전 주연배우를 포함해 모두가 걱정했던 '추적자'의 흥행성은 기우에 불과했다. '추적자'는 그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들의 마음 속에 뜨거운 무엇인가를 심어주며 긴 여운을 남겼다.
['추적자' 손현주, 류승수, 이혜인, 김성령, 장신영, 박근형(위쪽부터).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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