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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태환, 잘 싸웠다.
박태환이 29일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서 3분 42초 06으로 쑨양(중국)의 3분 40초 14에 밀려 은메달을 따냈다.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이날 그를 둘러싼 해프닝에 비하면 값진 성과다.
박태환은 결승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승전에 나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예선서 부정 출발로 실격 판정을 받은 뒤 대한체육회가 제소를 신청한 과정 속에서 박태환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본인의 말대로 그저 기다리는 방법뿐이었으나 그 역시 사람이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 초전박살 절반의 성공
박태환은 극적으로 FINA(국제수영연맹)의 실격 판정이 번복된 뒤 급하게 결승 전략을 짰다. 올 시즌 400m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쑨양에게 막판 스퍼트 전략으로 승부하는 건 무리였다. 박태환은 과거 국제대회에서 경기 초반 간을 보다 막판 스퍼트로 역전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박태환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레이스 전략을 새롭게 짰다. 이른바 ‘초전박살’이었다.
박태환의 전략은 적중했다. 150m를 돌 때 0.18초, 200m를 돌 땐 0.32초를 앞섰다. 250m를 돌 땐 0.03초, 300m를 돌 땐 0.01초 앞서 있었다. 그러나 200m를 기점으로 조금씩 쑨양의 막판 스퍼트에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350m 터치패드를 찍기 직전 역전을 허용했다. 350m를 찍었을 때 0.3초를 뒤지더니 경기 막판 쑨양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밀리고 말았다.
▲ 심리적 부담 극복했다
박태환의 결승전이 끝난 뒤 국내 중계진은 일제히 “23살 청년에게 심리적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밀한 몸의 움직임으로 부정 출발이 선언된 케이스가 드물었고, 그게 180도 뒤집히는 케이스도 드물었기에 박태환의 심경은 온종일 냉탕과 온탕을 오갔을 것이다. 미디어 앞에선 침착했으나 속으론 충분히 부르르 떨었을 것이다. 스포츠가 아무리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희귀한 케이스였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쑨양이 예선 1위로 물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는 결승전 4번 레인을 받아 의기양양한 상황이란 걸 감안했을 때 박태환은 충분히 잘 싸웠다. 더구나 스타트가 이슈가 돼 부정출발 해프닝을 겪었음에도 결승전서 스타트가 가장 빨랐다는 건 그만큼 박태환이 심리적인 부담을 비교적 잘 극복했다는 방증이다.
박태환에겐 아직 200m와 1500m가 남아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남은 경기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400m에서 초반 스퍼트에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도 성과다. 200m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날 400m 예선 실격 해프닝이 오히려 그의 정신력, 승부욕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400m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 사진 = 올림픽 공동취재단]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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