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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는 딸의 죽음으로 인해 범인을 쫓는 아버지 형사 백홍석(손현주), 그 배후에 있는 유력 대권주자 강동윤(김상중) 간의 대립을 근간으로 빠른 극 전개,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는 한류스타, 아이돌스타에 치중하는 드라마 현실에 일침을 가하며 깊은 의미를 남겼다.
송영규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그가 맡은 역할 비리검사 박민찬은 잠깐의 ?은 등장으로도 악랄하고 냉철한 눈빛을 뿜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대중은 무명이었던 그를 진짜 검사로 착각할 정도였고, 그의 연기에서 한국 법조계의 어두운 측면을 봤다.
"'추적자'는 저에겐 뜻 깊은 작품이에요."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송영규는 극중 박민찬 검사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순한 웃음, 연기에 대한 진지한 자세에 서서히 배우 송영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못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인물이 짧게 등장하기에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행동 하나하나를 일일이 계산해 갔죠. 핸드폰을 들어서 흔드는 것이라든지 발걸음 각도, 눈빛 하나하나 모두 디테일하게 연출했어요. 무엇보다 대본이 너무 훌륭하고 손현주 선배님 등 상대 배우분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손현주는 송영규의 롤모델이었다. 송영규는 '추적자'를 통해 자신의 롤모델과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추적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고마운 작품이기도 했지만 존경하는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이기도 했다.
"'추적자'는 저에게 뜻 깊은 작품으로 남을거에요. 평소 존경하던 박근형 선생님, 김상중 선배님 등 연기 정말 잘하는 분들과의 호흡은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손현주 선배님은 제 롤모델이었어요. 항상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또 기막힌 언어를 주신 작가님 등이 분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저에겐 영광이었어요."
"수정이가 '아빠 무죄야'라고 할 때 눈물이 났어요."
송영규는 '추적자' 종영 후 펑펑 울었다는 항간의 보도에 대해 '그렇게 울진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 정도가 어찌 됐든 송영규는 마지막 촬영 후 울었다. 작품에 대한 고마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법정 장면을 찍을 때 블랙박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백홍석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작품이 끝나면 시원 섭섭하다던데 전 그냥 섭섭하기만 했어요. 손현주, 김성령 선배님이 아껴주셨던 것이 생각났죠. 마지막에 백홍석이 딸이 선물한 면도기로 면도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어요. 수정이가 '아빠 무죄야'라고 하는데 울게 되더라고요."
'추적자'는 '추적자'다운 결말을 맞았다. 살인을 했던 강동윤과 그의 아내 서지수(김성령)는 법의 심판을 받았다. 마약, 원조교제로 의심받던 수정(이혜인)이는 최정우(류승수) 검사의 활약으로 그 누명을 벗었지만 백홍석은 살인, 탈옥의 죄값을 받았다. 마지막회에서도 비리검사 박민찬은 등장했고 그 악랄함을 제 확인시켜줬다.
"박민찬의 결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끝까지 살아남거나 철저히 부서지거나 둘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님이 끝까지 살려주셔서 정말 만족해요. 마지막 법정 장면을 찍는데 계속 자리에 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받아줬어요. 나중에 현주 형님이 '카메라에도 안나오는데 7시간 동안 거기서 뭐해'라고 하실 정도였죠(웃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제 시작이죠."
송영규는 두 딸의 아버지이자 한 아내의 남편이다. '추적자' 속 비리검사 박민찬 역은 가족들도 기쁘게 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송영규의 얼굴에서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내가 진중한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마지막회 끝나고 '이런 멋있는 작품에 당신이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줬어요. 가족이 정말 많이 좋아해줬어요. 밥상이 달라졌어요(웃음)."
송영규는 뮤지컬계에선 이미 스타다. 최근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 '사랑은 비를 타고', '지킬 앤 하이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추적자'는 그런 그의 인지도를 높여줬다.
"뮤지컬은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은 아이를 데리고 뮤지컬을 보러오실만큼 오래된 팬분들이 많이 있어요. 20대 초반부터 록밴드를 하며 춤, 노래를 익혔어요.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서며 어느 한편에 허한 것이 있었는데 연기에 대한 열망이었어요. 지금도 연기를 하면서 1년에 한번은 무대에 서려고 해요. 그래야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될 수 있거든요."
'추적자'는 손현주, 김상중, 박근형의 연기력을 재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김성령, 박효주, 조재윤 등 숨겨둔 연기자들의 가치를 확인시켜줬다. 송영규도 그 중 한명이다. '명품 조연'이라는 항간의 주장에 대해 송영규는 겸손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 좋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이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어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배역을 잘 표현하고 작가, 감독의 의도에 부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싶어요. 이 3박자가 맞을 때 시청자들과 지금처럼 교감할 수 있겠죠."
['추적자' 비리검사 박민찬으로 열연한 송영규.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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