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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김지연(24·익산시청)이 금메달을 따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펜싱 여자 사브르의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누구도 쉽게 금메달을 쉽게 예상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세계 여자 사브르를 이끌고 있는 절대강자 마리엘 자구니스(미국)때문이었다.
자구니스는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사브르 개인전 2연패에 성공한 미국의 펜싱영웅이다. 세계랭킹도 부동의 1위이고,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도 ‘당연히’ 1번 시드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기수를 맡기도 했을 만큼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와 함께 미국 선수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였다.
대진표에 따라 김지연은 준결승에 오를 경우 자구니스를 만나게 되어있었다. 김지연은 32강부터 세 경기를 쾌조의 컨디션으로 승리하며 자구니스를 상대로 피스트에 섰다.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신예가 세계 최강을 상대하는 순간이었다.
자구니스의 벽은 높았다. 김지연은 자구니스의 파상공세에 1분도 지나지 않아 2-8로 뒤지며 1회전을 마쳤다. 2회전 한 때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5-9까지 따라갔으나 다시 세 번의 공격 득점을 허용해 5-12가 됐다. 승부가 사실상 넘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지연은 기적같은 승부를 펼치며 자구니스를 침몰시켰다. 5-12에서 심기일전한 김지연은 자구니스에 한 점만 내주는 동안 열 번을 찔렀다. 15-12, 김지연의 승리였다. 이번 올림픽 펜싱 최고의 이변이자 최고의 명승부였다.
결승전 상대는 세계랭킹 2위이자 2번 시드인 소피아 벨리카야였다. 벨리카야는 세계선수권자다. 자구니스라는 큰 산을 넘은 김지연이었지만 벨리카야도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만난 벨리카야는 생각과 달랐다. 벨리카야가 약했던 것이 아니라 김지연이 너무 강했다. 경기 화면만 봐서는 김지연의 상대가 세계랭킹 2위라는 것을 알기 힘들었다. 중반 이후 연속해서 득점하며 앞서 나간 김지연에 빌리카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국 여자 펜싱 첫 금메달이자 사브르 종목에서 남녀 통틀어 첫 메달이었다.
김지연은 올해 3월 열린 터키 월드컵에서 자구니스와 벨리카야를 연달아 격파했고, 세계랭킹도 5위로 탑 랭커였지만 올림픽에서 만큼은 '초짜'였다. 세계를 주름잡는 스타들도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꿈으로만 남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이다.
하지만 '겁없는 신예' 김지연은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 경험마저 없었음에도 자신의 첫 국제 종합대회에서 최강자들을 연이어 물리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새 펜싱여제의 대관식으로 손색없는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김지연.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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