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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김해숙에게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은 특별한 작품이다. '누구의 000'이라는 수식어 없이 온전히 배우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반환점이 됐다. 누군가의 어머니 역할이 아니라 달달하면서도 애절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분해 '여자 김해숙'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는 '도둑들'에서 전지현, 김혜수라는 대한민국 대표 미녀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그들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소녀 같은 순수함, 도둑질 대가의 관록, 사랑에 빠진 귀여운 여자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씹던껌 캐릭터(극중 김해숙)를 완성했다.
말 그대로 씹던 껌으로 하는 도둑질부터 임달화와 선보인 달달한 로맨스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영화 흥행에 한 몫을 했지만 김해숙은 촬영 전 쟁쟁한 배우 조합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1일 마이데일리와 만난 김해숙은 "배우들이 보통 배우가 아니었다. 그 사이 가장 나이든 내가 끼었다. 어떻게 하면 이 배우들 가운데 제 몫을 맞춰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테랑 도둑의 거친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180도 변신하며 씹던껌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표현해 낸 그에게 이 같은 걱정은 기우나 다름없었다.
'도둑들' 속 김해숙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영화 '박쥐'에서 눈을 깜박이는 모습만으로도 작품 전체를 휘어잡는 존재감을 발산했지만 대중에게 그는 드라마 속 어머니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민 어머니'라는 이미지만 안고 가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을 테지만 김해숙은 매력적인 캐릭터에 자신을 올인하는 과감한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도전, 변신이라는 말이 사실 두 단어지만 그것을 계속 해 나간다는 건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내 연기관이고, 내가 엄마를 할 수 밖에 없는 나이의 배우였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제 조금 결실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보일 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김해숙이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준 최동훈 감독에게 고마워해야할 판이다. 그는 50대 여자 배우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낸 장본인이며 김해숙에게는 "내 속의 다른 걸 끄집어 내주고 배우로서 최대치를 끌어내줄 것 같은" 믿음직한 감독이기도 하다.
김해숙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 소재도 변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50대의 사랑이 아름답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50대 중반의 남녀가 사랑을, 더구나 도둑들만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려줄지 궁금했다. 물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걱정은 안 했다"며 "젊은 시절에 내가 해보지 못한 사랑을 이번 영화에서 해봤다. 짧지만 불꽃같은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랑의 모든 정의를 내가 (연기)했다"고 웃음기 어린 말을 전했다.
또 "'도둑들'을 촬영하면서는 내가 여자였던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도 사실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 항상 '누구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배우가 됐었다. 영화를 찍는 기간 동안 엄마 보다는 여자라는 것을 느끼며 촬영했다"고 특별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여배우' 김해숙은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색다른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아직은 '도둑들' 속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좀 더 간직할 계획이지만 임달화와 로맨스를 깰 만한, 배우로서 동물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언제든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김해숙은 "내 안에 씹던껌이 있을 거란 상상을 못했다. 아직도 내 안에는 수많은 여자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도전이 끝나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것이 다하는 날이 되면 내가 배우를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변신, 도전. 굉장히 간단한 말이지만 책임도 뒤따라야하는 무서운 말이다"며 "항상 연기로서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끊임없이 끄집어 내 변신하고, 관객이나 시청자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해숙.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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