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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영국 런던 고동현 기자] 완벽한 반전 드라마다.
런던 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대회 중반에 접어든 5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금 9개, 은 3개, 동 5개를 기록하며 종합 4위에 올라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목표로 설정한 10(금메달)-10(순위)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펜싱이 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이라고 하면 양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번에도 양궁은 걸려있는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따내며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활약한 종목이 바로 펜싱이다.
특히 기대치만을 놓고 봤을 때 가장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종목이다. 펜싱은 이번 대회 9개 종목에 출전해 6개(금 2개, 은 1개, 동 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개수나 총 메달수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 것.
하지만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펜싱 선수들 중 가장 기대를 많이 모았던 구본길(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남현희(31·성남시청)가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아람 사건까지 일어났다. 신아람(26·계룡시청)은 여자 에페 준결승전에서 승리를 눈 앞에 뒀지만 '멈춰버린 1초'로 인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선수단은 이의신청을 통해 끝까지 승부를 바로 잡고자 했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비록 신아람에게는 크나 큰 불행이었지만 한국 선수단에게는 오히려 이 사건이 약이 됐다. 다음날 최병철(31·화성시청)의 동메달을 시작으로 반전극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최병철이 동메달 이후 밝힌 "내가 딸 정도면 다른 선수들은 모두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
이어 다음날에는 여자 사브르에 출전한 김지연(24·익산시청)이 금메달, 남자 사브르 정진선(28·화성시청)이 동메달을 기록, 하루에 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이후 출전한 세 개 단체전(남자 사브르, 여자 플뢰레, 여자 에페)에서도 금, 은, 동을 추가하며 한국 펜싱 역사를 새로 썼다.
펜싱은 유럽세가 강한 종목이다. 남자 사브르 이욱재 감독의 "올림픽 전에 시카고에서 열린 월드컵 당시 농담으로 '자존심 때문에 너희들에게 줄 수 없다'고 하더라"라는 말에서 이를 확연히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펜싱의 무서운 상승세는 유럽의 텃세도 막을 수 없었다. 비록 불운 속에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활짝 웃었다. 금 2개, 은 1개, 동 3개.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 국민들조차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 펜싱의 성장을 모두에게 확인 시켰다.
[펜싱 단체전 사상 첫 금메달을 일궈낸 남자 사브르 대표팀. 사진=영국 런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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