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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유승민(30·삼성생명)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별명은 '탁구신동'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승민의 이름 옆에는 신동이라는 말 대신 베테랑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고, 유승민이 밝힌대로 이번 올림픽은 어느덧 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이미 세 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신동은 자신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인 올림픽인 이번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자신도 이미 우리 나이로 서른이 넘은 노장이었지만, 남자 탁구 대표팀에서는 막내였을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탁구는 노장들의 힘으로 버텼다.
중학교(부천 내동중) 3학년 때부터 달아 온 태극마크지만, 이번 태극마크는 유승민에게도 남달랐다. 지난 10여 년을 두고 한국 남자 탁구의 에이스를 꼽자면 정답은 유승민이었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참가 여부를 자체를 놓고도 논의가 있었을 정도로 유승민은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당당히 단식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이나 20대 후반이었던 2008 베이징 올림픽과는 상황이 달랐다.
유승민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의종군의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세계랭킹 17위로 한국 선수 세 명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유승민은 자신에게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안겨줬던 단식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오로지 단체전 하나만을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유승민이었다.
고된 훈련과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몸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높이 쌓아둔 목표의식 앞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단체전 16강에서 북한을 만나 싸우게 된 유승민은 오상은과 짝을 이뤄 복식에서 북한의 복식조를 꺾었다. 이어진 단식에서도 유승민은 김혁봉을 제압하며 단체전 8강행을 확정지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도 마무리는 유승민의 몫이었다. 포르투갈과 2-2로 맞선 채 맞이한 마지막 5단식. 양 팀 모두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유승민은 프레이타스 마르코스를 물리쳤다. 복식에서의 패배를 결자해지하며 유승민은 한국을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홍콩과의 준결승에서는 선봉장으로 나섰다. 첫 번째 단식 주자로 출전한 유승민은 홍콩의 탕펭을 상대로 48분 혈투를 벌인 끝에 승리하고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2-0에서 복식에 나선 유승민은 오상민과 함께 결승행을 확정짓는 승리를 일궈냈다. 모든 경기의 마무리에는 유승민이 있었다.
남자 탁구 대표팀의 유남규 총감독은 중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16강부터 세 번의 승리를 이끈 유승민을 제 1단식 선수로 배치했다. 승리 확률이 낮은 중국전이었지만, 올림픽에서 만리장성을 넘어본 경험이 있는 유승민이 기선을 제압하는 역할로는 적격이었다.
유승민은 중국의 마룽을 맞아 선전했지만, 중국의 벽은 높았다. 전성기를 지난 유승민이 마룽의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복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0-3 패배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한국은 단체전 결승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정말로 최선을 다 한 결과였다. 맏형 오상민과 수비의 달인 주세혁, 그리고 에이스 유승민은 각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결과는 은메달이었지만,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투혼의 은이었다.
[유승민.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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