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이번 시즌을 앞두고 KIA가 기대했던 타선은 지금과 차이가 크다. 시즌 초 구상에는 이용규-안치홍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진과 LCK(이범호-최희섭-김상현)가 포진한 중심타선이 있었다. 김선빈에게는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LCK는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LCK 세 명의 출장 수는 평균 43경기로, KIA가 치른 93경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셋 중 아무도 1군에 없다. 2번이나 6번으로 나설 것으로 보였던 안치홍이 클린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고, 김선빈은 대부분의 경기를 9번이 아닌 2번으로 출장할 수밖에 없었다.
100경기가 넘어가는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다 보면 이가 없어 잇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올해 KIA는 정도가 심하다. 잇몸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잇몸까지 성한 곳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다. 3-10으로 대패한 16일 잠실 LG전은 마운드가 무너졌지만 중심타선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는 경기였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안치홍-나지완-차일목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구성했다. 팀은 졌지만, 이 중심타선은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3번 안치홍의 성적은 4타수 1안타 1타점이었지만, 내용은 기록보다 좋았다. 다만 첫 타석에서의 날카로운 타구가 파울 처리된 것이 아쉬웠다. 그 타구가 2루타가 됐다면 안치홍은 선제 타점과 멀티히트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나지완은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4번 역할을 해냈고, 차일목도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2타수 1안타에 볼넷이 2개였으며, 두 개의 타구 모두 펜스를 직격하는 코스의 타구였다. 첫 타석에서 날린 타구가 정의윤의 호수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100% 출루가 됐을 정도로 타격감과 선구안 모두 좋았던 경기였다.
이들은 말 그대로 '임시 중심타선'이다. 하지만 4회 도중 우천 취소된 14일 경기에서 처음 가동된 이 클린업은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14일 경기에서 KIA는 4회까지 5점을 뽑았다. 선동열 감독은 5번 자리에 김원섭을 넣었다가 라인업 교환 직전에 6번이던 차일목을 5번으로 올리며 이 클린업을 처음으로 활용했고, 비가 승리를 앗아갔지만 클린업만 놓고 보자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선발진이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든 현재 KIA의 문제는 불펜과 타격이다. 장염 증세로 1군 말소된 최희섭이 돌아올 수 있는 25일 이전까지는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LCK 중 한 명이라도 돌아오기 전까지는 이들이 LCK의 공백을 메워줘야만 한다. KIA의 남은 8월 성적이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IA는 고민 끝에 새로운 클린업을 짰고, 1차 실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KIA 타선은 LCK가 모두 빠진 최악의 상황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했다. 타선이 틀을 갖추기 전까지 이들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KIA의 가을야구 희망도 이어진다.
[KIA의 새로운 4번 나지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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