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선두 삼성이 17일~19일 2위 두산과의 운명의 잠실 3연전에 돌입한다. 17일 현재 2.5경기 차로 두산에 앞선 삼성은 8월초 두산과의 홈 3연전을 내준 뒤 6~7월 상승세가 완전히 끊겼고 여유 있게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계산도 어긋났다. 삼성은 두산에 져도 너무 많이 졌다. 3승 11패. 이번 3연전마저 밀릴 경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도 넘겨줄 빌미를 제공할 수있다. 이건 한해 농사가 걸린 문제다. 삼성은 과장을 살짝 보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정신으로 두산전에 임할 태세다.
▲ 두산은 두산, 밀릴 이유는 없다
냉정하게 볼 때 삼성이 두산에 3승 11패로 밀릴 정도의 전력은 아니다. 지난해엔 두산을 13승 1무 5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삼성이 지난해와 올해 전력의 차이가 없는 대신 두산은 김선우-니퍼트-이용찬 스리펀치가 세졌고,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가세로 뒷문도 강해졌다. 야수들의 공수주 능력은 원래 리그 최강급이었던 팀. 지난해 5위 추락의 원인이 마운드 붕괴였지만, 올 시즌 두산의 마운드는 확실히 좋아졌다. 17일 현재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3.94로 4위지만, 삼성엔 더욱 강한 모습이다.
삼성은 팀 타율이 0.269로 1위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전 팀타율은 0.213에 불과하다. 반면 두산은 삼성전 팀타율이 0.284로 올 시즌 팀 타율 0.265보다 높다. 두산이 유독 삼성만 만나면 투타에서 잘 풀리는 반면 삼성은 베베 꼬인다. 삼성이 전력상으론 밀릴 이유가 없지만, 시즌 첫 3연전서 3연패로 밀린 뒤 계속 안 풀린다.
최형우는 “우리가 두산 투수들의 공을 못 칠 이유는 없다. 한, 두번 못 치다 보니까 자꾸 더 심해졌다”라면서 “두산은 그냥 두산이다. 평상시처럼 하면 된다. 우리도 두산을 이길 때가 됐다. 무조건 위닝시리즈 해야 한다”라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박한이도 “두산, 이번엔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말했고, 김상수도 “수비부터 집중하겠다”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 이용찬, 어떻게든 넘어야 한다
삼성 선수들에게 물어본 결과 두산에서 가장 힘든 상대는 역시 이용찬이었다. 올 시즌 극강의 포크볼러로 거듭난 이용찬은 전성기 롯데 조정훈을 뛰어넘는 위력을 보인다는 평가다. 박한이는 “포크볼이 옛날 조정훈 한창 때보다 더 좋다. 그러면서 직구 볼끝과 제구력도 좋다. 솔직히 김선우, 니퍼트보다 이용찬이 더 버겁다”라고 털어놨다. 한 마디로 직구와 포크볼이 모두 업그레이드가 됐다는 의미다. 참고로 올 시즌 9승 7패 평균자책점 2.50인 이용찬에게 삼성은 4승을 헌납했고 그의 삼성전 평균자책점은 0.33이다. 삼성은 이용찬에게 27이닝동안 단 1점만을 뽑았다.
류중일 감독은 “두산은 무조건 김선우-니퍼트-이용찬을 내세울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실제 두산은 17일에 김선우를 내세운다. 류 감독은 딱히 따로 선수들에게 두산전에 대해 주지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번만큼은 두산을 잡아야 한다는 의욕과 정신무장이 확실히 된 듯하다. 류 감독은 “결국 이용찬 포크볼을 골라낼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번에도 이용찬을 넘지 못하면 위닝시리즈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반드시 필요한 20승, 지금이 승부처
류 감독은 16일 우천 취소된 포항 한화전을 앞두고 “이젠 35경기 남았으니까 승부처에 돌입했다”라며 총력전을 펼 것이라고 공언했다. “LG, 한화는 되도록 다 잡고 상위권 팀들과 승부를 해야 한다”라며 “지금 55승이니까 남은 35경기에 20승을 보태서 75승을 하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할 것으로 본다. 그럴 경우 두산이 6할 이상 승률을 찍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총력전의 시작점이 사실상 이번 두산 원정 3연전이다. 자존심 싸움을 넘어서서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사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두산에 위닝시리즈를 하겠다는 게 류 감독의 속내다. 55승 2무 41패인 삼성이 잔여 35경기서 20승 15패(0.571)를 추가해 75승 2무 56패, 승률 0.573으로 정규시즌을 마칠 경우 53승 1무 44패의 두산이 잔여 35경기서 23승 12패(0.657)를 해야 76승 1무 56패, 승률 0.576이 돼 정규시즌을 우승할 수 있다. 22승만 추가하더라도 75승 1무 57패, 승률 0.568로 삼성에 뒤진다.
류 감독은 아무리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일지라도 잔여 35경기서 23승, 승률 0.657을 찍는 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이럴 경우 무승부가 2개인 삼성이 무승부가 1개인 두산보다 유리한 국면에 설 수 있다는 것까지도 계산에 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승부가 승률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에 2무의 삼성이 1무의 두산보단 확실히 유리하다. 물론 이는 삼성이 20승을 추가해 75승 고지를 선점한다는 가정 속의 계산이다. 삼성이 이번 두산 3연전서 밀리면서 20승 추가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두산의 막판 뒤집기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직행에 필요한 75승, 그리고 두산전 포비아를 떨쳐내기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정신으로 잠실에 입성했다. 이제 진짜 승부처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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