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타사이클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주인이 가려질 수도 있는 잠실대첩, 삼성이 3연전 첫날 두산을 잡았다. 삼성은 이제 두산에 3.5경기 차로 달아났다. 나머지 2경기를 모두 내주더라도 이번 3연전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그런데 경기 내용과 최근 두 팀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날 결과가 단순한 1승과 1패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 두산이 무기력하다
두산은 7월 12승 6패를 기록했다. 14승 3패의 초상승세를 탄 삼성에 가렸을뿐, 사실 7월에 잘나갔다. 선발진의 위력은 오히려 삼성에 근소하게 앞섰고 스캇 프록터라는 마무리가 든든하게 뒷문을 걸어 잠갔다. 타선도 마운드와의 궁합이 좋았다. 여기에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대구 3연전을 싹쓸이하며 투타사이클이 최고조로 향했다. 두산은 8월 11일 잠실 SK전 승리로 8월에도 7승 3패로 호조였다.
그런데 17일 경기만 놓고 보면 삼성이 잘했다기보다 두산이 무기력했다. 삼성은 1회 2점을 뽑은 뒤 몇 차례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추가점에 실패했다. 깔끔한 경기는 아니었다. 두산이 오히려 삼성을 도와줬다. 브라이언 고든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너무 쉽게 당했다.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방망이가 팽팽 돌지 못한 채 5안타로 영봉패를 당했다. 물론 고든은 전반기 막판 부진을 털고 최근 조금씩 페이스가 좋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두산 타자들은 한창 잘 나갔던 8월 초의 모습은 아니었다.
▲ 물폭탄이 투타사이클 바꿨다
징후는 이미 감지됐다. 두산은 12일 잠실 SK전과 14~15일 목동 넥센전을 연이어 치르지 못했다. 특히 14일 경기는 3-0으로 앞서다 노게임이 선언됐다. 폭염이 한풀 꺾인 뒤 기후 불안정으로 수도권에 물폭탄이 투하됐기 때문이다. 이기는 흐름의 게임이 비로 끊긴 뒤에 치른 16일 목동 넥센전. 두산은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매끄럽지 못한 수비로 무너지는 양상을 보였다. 타자들도 4일을 쉬고 정식 경기를 치르니 방망이가 영 돌아가지 않았다. 한창 좋았던 투타사이클이 꺾였다.
반면 삼성은 두산이 원치 않는 휴식을 취할 때 꼬박꼬박 경기를 치렀다. 16일엔 취소가 됐지만, 두산이 쉬는 사이 2승 1패를 거뒀다. 15일 포항 한화전서 한화 송창식에게 완벽하게 눌려 방망이가 침묵했지만, 전반적으로 타격감이 살아올라오는 부수익을 봤다.
사실 삼성은 7월 31일~8월 2일 대구 3연전을 두산에 모두 내준 뒤 롯데, SK에 연이어 루징시리즈를 하며 흔들렸다. 타격이 완전히 침체가 됐다. 두산이 투타사이클이 착착 맞아떨어지며 8월 초순 10경기서 7승 3패를 하는 동안 삼성은 3승 7패로 흔들렸다. 이때부터 삼성의 위기론과 두산의 대역전극 시나리오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의 수도권 지역 폭우로 엇갈렸던 투타사이클은 다시 반대로 엇갈리는 양상이다. 두산은 바닥으로 내려가는 상태이고, 삼성은 바닥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상태다.
▲ 천적관계 변화의 조짐?
천적관계란 건 희한하다. 삼성 선수들은 올 시즌 두산에 4승 11패로 밀리는 것에 대해 한결같이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는 식의 말을 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김진욱 감독은 일전부터 누누이 시즌 초반에 삼성에 강한 모습을 보인 게 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 두 팀의 전력차이는 거의 없다. 일방적인 전적이 나올 이유는 별로 없다. 결국, 두 팀의 첫 3연전인 4월 17~19일 잠실 3연전서 두산이 스윕을 하면서 두산이 자신감과 함께 향후 맞대결의 주도권을 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최근의 투타사이클에 따라 100%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기나긴 정규시즌서는 투타사이클이 동반 상승할 때가 있고, 동반 침체할 때가 있다. 주 6일 스포츠인 야구에서 매일 투타가 착착 들어맞는 건 무리다. 두 팀의 격돌서 유독 두산의 투타사이클이 좋았고, 삼성이 투타사이클이 떨어졌던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엔 두산이 반대로 침체 기미를 보이자 삼성이 반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두팀의 천적관계가 허물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삼성은 이제 겨우 두산전 4연패를 끊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두산은 여전히 삼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고, 삼성도 최근 2경기 연속 타격감이 다시 침체되는 양상이었다. 삼성의 투타사이클도 최고조는 아니라는 의미이고 이는 언제든지 두산이 반격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두팀의 천적관계가 허물어질지 여부는 일단 주말 2연전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두팀의 최근 투타사이클만 볼 땐 삼성이 두산에 자신감을 회복할 여지가 마련됐다. 이는 정규시즌을 넘어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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