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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31)의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데뷔전은 실망만 안긴 채 끝이 났다.
QPR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완지시티와의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서 0-5로 대패했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경기를 앞두고 QPR이 스완지시티에 이토록 큰 점수 차로 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연 두 팀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QPR은 따로 놀았고, 스완지시티는 하나로 움직였다.
QPR의 공식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이날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포지션은 예상대로 중앙 미드필더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 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가동했던 ‘센트럴팍’이 스완지시티를 상대로 가동됐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한 것은 아니다. 0-5 패배가 이를 말해준다. 마크 휴즈 감독은 경기 후 “박지성은 맡은 역할을 잘 해줬다”며 팀의 주장을 감사 안았다. 그의 말은 사실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지성은 92%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고 눈에 띄는 실수도 없었다. 무난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 경기 결과로 QPR의 박지성을 평가하긴 이르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보여준 ‘센트럴팍’ 박지성은 분명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지난 시즌 박지성이 맨유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가장 큰 이유는 중앙 미드필더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센트럴팍’을 가동한 맨유는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32강서 탈락했다.
‘센트럴팍’이 맨유에서 가장 빛난던 순간은 ‘엄청난 활동량’과 ‘끈질긴 수비’로 당시 AC밀란에서 뛰던 안드레아 피를로(33·유벤투스)를 꽁꽁 묶었던 경기다. 그 외에 FA컵이나 칼링컵에서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기에서 박지성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스완지시티전도 마찬가지다. 나쁘지 않았지만, 잘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애매한 경기였다.
전술적인 관점에서 박지성은 중앙보다 측면이 더 어울리는 선수다. 물론 공격적인 측면에선 호일렛(22·캐나다)과 아델 타랍(23·모로코)보다 날카로움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2명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측면에 박지성을 배치한다면,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보다 안정적인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박지성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중원싸움에 힘을 보탤 수 있고 타랍의 수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이는 박지성에게도 익숙한 역할이다. 맨유 시절 박지성은 좌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맨유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셀트럴팍’이 상대의 허를 찌른 비장의 무기라면, ‘사이드팍’은 박지성이 가장 잘하는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선택은 휴즈 감독의 몫이다. 그는 프리시즌을 통해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낙점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QPR의 주장 박지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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