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어 낸 가수 싸이가 지난 17일 정규 6집 앨범 발매 후 34일만에 국내 대표 가요 순위 음악 프로그램 KBS 2TV '뮤직뱅크'(뮤뱅)에서 비스트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거머쥐었다.
전날인 16일 케이블채널 엠넷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엠카)에서 비스트에게 3주 연속 1위를 내줬던 것과는 대비되는 기록이다.
이날 '뮤뱅'에서 싸이는 비스트의 '아름다운 밤이야'에 맞서 디지털 음원 점수 8755점 대 3446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2456점 대 377점, 방송점수 7179점 대 4103점, 음반점수 211점 대 2753점을 기록, 총점 1만 5404점 대 1만 679점으로 여유있게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일 방송에서 싸이는 디지털 음원점수는 7979점, 비스트는 3580점을 기록했고 시청자 선호도는 1920점 대 393점, 방송점수는 1509점 대 7547점, 음반 점수는 885점 대 4783점을 기록, 총점 1만 2293점 대 1만 6303점으로 반대로 비스트가 싸이를 여유있게 앞서 나가며 1위를 차지했었다.
'강남스타일'은 지난달 15일 앨범 발매 후 슈퍼주니어의 '섹시, 프리 앤 싱글'이 1위를 한 20일에는 K-차트 20위권 밖이었고 이후 씨스타의 '러빙유'에게 2주간, 지난 10일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3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만년 2위였다가 갑자기 전세가 역전될 수 있었던 연유를 '뮤뱅'에서 자체적으로 산출한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강남스타일'은 음원과 시청자 선호도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고 음반에선 약세를 보였지만 방송 점수가 일주일 새에 폭등, 1위 탈환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뮤뱅'에서 시청자 선호도는 한국 방송 리서치 소속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센서스 비율에 따라 후보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3곡씩을 KBS 방송문화연구소에서 매주 응답을 받아 곡별 점유율을 낸 후 점수화한다. 후보곡을 전 주의 통합 디지털음원차트 100위권 안에 드는 곡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원이 강한 싸이의 노래가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
방송 점수의 경우에는 KBS 방송, TV 방송 횟수를 합산해 점수화 하기 때문에 싸이처럼 '뮤뱅'에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이는 불리할 듯 했지만 이례적으로 높은 점수가 책정됐다.
현재 국내에서 순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뮤뱅'과 '엠카'가 유일하다. SBS '인기가요'는 지난달 뮤티즌송으로 사실상 1위 트로피를 줬던 순위제를 폐지했고, MBC '쇼!음악중심'은 지난 2006년 1월 이미 순위제를 없앴다.
'강남 스타일'은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바뀌는 음원 시장에서 한 달 넘게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지키며 장기 집권을 했고 가온차트에 따르면 음원 다운로드 건수도 이미 200만을 돌파했다.
뮤직비디오 유투브 조회수는 4400만 건을 넘어섰고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쏟아지고 국내를 넘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극찬과 해외 유수 언론매체의 조명 등의 관심을 제치고라도 국내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선 2인자 취급을 받다가 뒤늦게 아이돌을 제치고 1인자 대접을 받았다. 분명 정확한 수치상의 집계로 산출된 결과일 테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뮤뱅'의 K-차트는 홈페이지에 매주 20위까지의 점수를 모두 오픈하기 때문에 필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단 인상을 준다. 또 홈페이지에 자세히 공지된 산정 방식을 보면 한 주간의 유선 음악 서비스 점수와 모바일 음악 서비스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집계한다. 디지털 음원(65%) +음반 판매(5%) + 방송횟수(20%) +시청자선호도 (10%)를 반영한다.
누가 1위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이같이 나름의 기준으로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는 순위 선정 방식이 진정 작금의 대중이 인정할 만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요에 트로피를 안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집계방식인가 하는 점은 다시금 짚어볼 만한 문제다.
이에 대해 '뮤뱅' 조성숙 PD는 "기준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주어진 기준대로 자료를 받아서 집계한대로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 싸이의 합산 점수가 더 높았다면 싸이가 1위를 하는 것이고..지금 엄청나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왜 계속 1위를 못했냐고 하면 더 말씀 드릴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PD는 "뭔가 다른 불순한 의도를 넣어 집계했다면 지금까지 순위 프로그램으로 존속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기준을 매겨도 모든 이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 순위 집계 기준은 그때 그때 트렌드나 변화에 맞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엠카' 최승준 PD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현재 '엠카'는 음원 판매량 45%, 음반 판매량 10%, 글로벌 음악팬 투표 15%, 음악 지식인 10%, 방송점수 5%, 실시간 음원차트 5%, SMS 투표 10%를 순위 집계에 반영하고 있다.
최 PD는 "싸이의 이례적인 세계적인 신드롬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같은 특정 케이스나 작금의 분위기, 느낌만으로 기준을 그때그때 바꿀 수는 없다. 싸이가 음원이 좋다고 무조건 1위로 연결돼야 되는 건 아니다. '엠카'에서 제시한 정확한 집계 기준에 맞춰 순위를 산출했다. 음반의 경우는 정규 앨범 출시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위 선정은 음원의 인기와 함께 가수의 인기도 같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엠카'에서만큼은 인기의 척도를 같이 보고 있다. 팬텀이 일방적인 구매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는데 팬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그 가수의 인기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견해를 전했다.
또 "'엠카'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간 순위 선정 기준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완벽한 집계 방식이라고 볼 순 없지만 조금씩 보안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팬 투표를 반영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는 K팝 한류 붐을 반영해 외국인들만 하는 투표다"고 보충설명했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같은 확고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요계에 10년 이상 몸담은 한 현직 매니저는 "KBS에서 1등을 하려면 여전히 음반이 많이 나가야된다고들 말한다"며 "변화를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구시대적인 집계방식을 따르고 있다. 집계에는 음원의 비중이 높다지만 실제로 음원은 차트 순위 위주로 보고 음반은 판매량으로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달라 음원이 높더라도 결국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자사 방송 기여도가 방영될 수 밖에 없는 방송출연 점수, 시청자 선호도 조사는 기준이 더 모호하다. 솔직히 그 부분은 PD 재량 아닌가?"라고 의문점을 제기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현재 세계에서 싸이의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자발적인 패러디들이 쏟아지고 있고 싸이 당사자도 놀랄 정도로 해외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 그 이상이라는 귀띔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외면받는 현 가요 방송사 시스템이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이 아닌 정말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가 1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안돼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각에선 투명성을 위해 공개한 '뮤뱅'의 점수 공개가 되려 아이돌 그룹 간의 팬덤간 과열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한다. 이미 '뮤뱅'의 순위 집계 기간에 맞춰 몰아주기식 음반 사재기나 공구(공동구매)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출연 점수 또한 일부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 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가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에 SBS '인기가요'는 제작진은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순위 결정과정에서 각 팬덤들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부작용도 고려했다"며 순위제 폐지를 선언, 한 발짝 물러났다. 실상은 대형 기획사에 대형 가수 간의 활동 시기가 비슷한 경우 소위 '1위 나눠주기'가 여의치 않아 눈칫밥을 보느니 순위제 자체를 없애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란 가요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하지만 매번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도 순위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에는 필시 이유가 있다. 지난달 12일 대한가수협회장을 역임 중인 가수 태진아는 한 공식석상에서 "가요 순위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며 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공연을 다녀봤지만 순위제는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국내 가수들 역시 1, 2위가 가려져야 새로운 스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K팝은 국내를 넘어 여러 유통과정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세계화에 발맞춰 아예 순위제를 폐지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라면 더이상 순위제가 유명무실한 숫자놀이에 끝나지 않도록, 또 건전한 음악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줘야 한다. 지난 시대의 답습에만 그치지 않고 절대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이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 지난 10일과 17일에 걸쳐 '뮤뱅' 1위 선정 기준(가운데). 사진 = YG 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2TV '뮤뱅' 방송캡처]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