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는, 야구를 잘해야 되지.”
삼성 류중일 감독은 현역 시절 명유격수 계보를 이은 스타였다.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수비로 정평이 높았다. 팬들은 그의 수비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코치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감독으로서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른바 정통 삼성 프렌차이즈. 대부분의 사람은 류 감독에게 “야구를 잘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를 잘해야 한다
23일 대구 롯데전이 우천 취소된 뒤 류 감독은 ‘프로페셔널’이라는 말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어릴 때 딱지치기를 할 때 딱지를 잘 치면 그 아이에게 ‘이야, 니 프로네’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며 “프로는 남들보다 어떤 걸 잘 할 때 프로라고 하는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흔히 말하는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이상을 말했다.
류 감독은 “중, 고등학교 선수들은 경기를 하다 실수를 해도 관중들이 격려를 해준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가 야구를 못하면 되겠나. 프로는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그는 이어 “실책은 용납할 수 있어도 본헤드 플레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한 뒤 “실책도 자꾸하면 안 된다. 그러면 관중이 돈 주고 프로야구를 보러 오겠나. 야구장 시설이 열악한 걸 알지만 프로는 프로답게 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프로야구는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접전을 펼치다가도 어이 없는 플레이로 승부가 기우는 경우가 예년보다 좀 더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 감독이 말한 ‘프로’의 정의는 모든 프로야구 선수가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항상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류 감독의 말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건, 더 이상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 1위팀 감독,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류 감독의 눈으로 본 올 시즌 삼성은 어떨까. 선두를 질주하는 삼성은 분명 야구를 잘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류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못 쳐서 문제지 못 쳐서”라고 아쉬워했다. 류 감독도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걸 잘 안다. 평상시에도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와 신중하게 상의하면서 마운드를 운영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는 “투수가 잘 던져도 타자가 못 치면 비긴다. 타격에 사이클이 있는 건 알지만”이라며 지긋이 미소 지었다. 팀 타율 0.270으로 리그 선두의 삼성 타선이지만, 그래도 좀 더 기복을 줄이고 잘 해주길 바랐다. 감독으로서의 바람이지만, 류 감독의 ‘프로페셔널’에 따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이어 류 감독은 한술 더 떴다. “왜 고민이 없노.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고 크게 웃었다. 8월 초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벗어나 최근 전반적으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삼성은 8월 8승 9패로 5할을 하지 못한 상황. 류 감독은 “75승만 하면 (정규시즌 2연패)안정권”이라며 75승을 채워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고 싶어 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8개 구단 감독 중 가장 많이 이긴 감독이지만, 여전히 승리가 고팠다. 이 역시 프로니까, 열심히 하는 걸 넘어서서 더 잘해서 더 많이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 정규시즌 2연패? 확정 하더라도 끝까지 총력전
그러고 보니, 류 감독이 문득 포항에서 했던 말이 이해가 됐다. 류 감독은 지난주 한화와의 포항 개장 시리즈에서 “작년엔 7경기 남기고 우승을 했는데 이후 전력을 다했다. 괜히 느슨하게 했다가 다른 팀에게 오해를 받는다. 올해도 우승을 한다면 마찬가지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었다.
의도적인 ‘힘빼기’를 하다 특정팀 봐주기 논란에 시달리기가 싫어서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류 감독이 주창하는 ‘프로페셔널’에 따르면, 프로란 당연히 언제든 최선을 다하면서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시즌 끝까지 전력을 다해서 총력전을 하겠다는 발언과 맥이 닿는다.
류 감독은 변명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질 때 누가 없어서 졌고, 누가 다쳐서 못했다는 말은 필요 없다”는 게 지론이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으로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승리만을 위해 골몰했고, 결국 6월 이후 삼성을 선두로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후에도 위기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도 ‘프로페셔널’을 실현하기 위해 애쓴다.
선수시절 야구를 잘 했던 류중일 감독은 감독인 자신도, 그리고 모든 야구 선수도 진정한 프로가 되길 갈망했다. 그게 바로 ‘프로야구’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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