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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도대체 리빌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한화의 한대화 감독 경질은 사실상 지난 3년간의 ‘한화표 리빌딩’이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 것이다. 현장에선 올 시즌 시뮬레이션 결과 7위가 나왔으나 구단 고위층이 4강을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지금 한화엔 리빌딩이 필요하다. 그것도 제대로된 리빌딩 말이다. 현장과 프런트의 손뼉이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한화는 ‘실패한 리빌딩의 전형’을 보여줬다.
▲ 한화, 실패한 리빌딩
한화는 이미 김인식 전 감독 시절 말미부터 젊은 선수의 중용을 늘려왔고, 한 감독 부임 이후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팀 구성을 보면 의외로 연차가 적지 않은 선수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꾸준히 1군에 버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알고보면, 올 시즌 1군 선수단 변화가 잦은 팀 중 하나가 한화였고, 그 중심엔 연차가 적지 않은 선수들의 1~2군 이동이 빈번했다는 걸 알 수 있다. 3년차 이하 신인급 선수들의 1군 연착륙은 애당초 어려운 구조였다.
문제는 잦은 1군 엔트리 교체에 이은 새 얼굴 기용이 진정한 경쟁과 팀의 전력강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이 선수를 썼다가 부진하면 저 선수를 쓰고, 저 선수가 다치면 다시 이 선수를 쓰는 구조가 됐다. 그 와중에 구단의 베테랑과 군입대 관리 미비로 어정쩡한 입지의 선수도 양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차가 많아도 실상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아서 기량이 정체된 선수만 늘어갔고, 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박찬호, 류현진, 김태균이 팀의 기둥역할을 했지만, 그 사이를 채워줄 부속 자재물들의 힘이 너무 약했다.
기본적으로 인재풀이 풍부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신인드래프트에서 모처럼 10명의 신인들을 뽑았지만, 몇 년전만 해도 한화는 신인을 많이 뽑지 않은 구단으로 유명했다. 변변한 2군 전용경기장 하나 없이 버텨오다 겨우 서산에 연습구장을 짓고 있는 실정이다. 송진우, 정민철, 장종훈 등 수 많은 한화 레전드들이 선생님이 돼 선수들을 요리할 준비가 됐지만, 요리 재료가 너무 적었고, 적은 재료로 요리하다 맛을 잃어버렸다. 1-2군 코칭스텝의 잦은 변경도 좋은 음식 만들기에 걸림돌이 됐다.
▲ 리빌딩, 현장과 프런트가 손뼉을 마주쳐야
리빌딩은 단순히 젊고 유망한 선수를 육성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데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경쟁 및 육성을 시킬 선수와 즉시 전력감으로 나눠야 한다. 당장의 승리 없인 리빌딩의 의미도 퇴색된다.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승리 DNA를 익히는 건, 이기는 맛을 아는 중심 선수들 사이에서 뛰어보는 것만이 답이다. 여기서 중심 역할은 용병이나 외부 수혈,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해줘야 한다. 이들과 미래를 짊어질 젊은 피들과의 경쟁과 균형 유지는 현장의 역량이 중요하다.
한화의 경우 한대화 감독이 용병 브라이언 베스가 기대 이하라고 판단했지만, 교체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션헨의 대타 역시 구단과 사인이 맞지 않다가 용병 1명없이 간다는 통보를 들어야 했다. 현장이 원하는 유형의 중심 선수들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과거 장성호 영입도 필요 이상의 시일이 걸렸고, 국내 컴백을 선언한 이범호도 허망하게 KIA에 넘겨줬다. 그만큼 현장과 프런트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리빌딩에 현장과 프런트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좋은 예시다.
현재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삼성과 두산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로의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팀이다. 그 와중에 한 차례씩 포스트시즌 실패의 아픔을 맛봤으나, 분명한 대가를 얻었다. 그렇다고 삼성의 경우 2009년 정규시즌 막판까지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현장의 의지 및 계획, 선수들을 바라보는 눈과 프런트의 지원 등 쿵짝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며 리빌딩에 성공, 현재의 희망과 미래의 가능성이 돋보이는 팀으로 거듭났다.
국내 프로야구 실정에서 리빌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처럼 한 시즌 성적을 완전히 포기한 채 새판짜기에만 골몰하기엔 포스트시즌 진출 50%의 확률을 놓치기가 아쉽다. 그렇다고 19번을 맞붙어서 파급효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중심선수-유망주의 과감한 트레이드도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일본보다 인재풀도 여의치 않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분명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리빌딩을 외치는데 구단들이 따라와주질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리빌딩은 현장과 프런트의 손뼉이 찰싹 마주쳐야 한다.
[한화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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