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연 프로야구 감독이란 어떤 자리일까.
한대화 감독 경질 이후 한화 후임 감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천 타천으로 1순위였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고양과 2년 재계약을 맺으며 프로야구판을 휘청거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모든 종목을 막론하고 감독이란 자리는 힘들고 외롭지만, 특히 프로야구 감독은 그 책임감과 부담감이 주는 무게감이 좀 더 높은 듯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남자라면 꼭 해봐야 할 직업으로 꼽히는지도 모르겠다.
▲ 성적 스트레스에 구단, 팬들 눈치까지
감독은 근본적으로 선수단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위치다. 팀과 선수들이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일단 50%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뚫어내지 못할 경우 감독석은 가시방석이 된다. 계약기간이 있지만, 매 경기 승패, 나아가 매 시즌 성적에서 자유로운 감독은 없다. 그러면서 리빌딩을 통해 미래도 다져야 한다.
최근 몇 년의 추이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구단 고위층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그들 중 야구를 세밀하게 잘 아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감독의 선수단 운영 및 계획에 관여하는 건, 감독으로선 잘 아는 사람들이 깊숙하게 관여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골치 아픈 법이다. 그러다 감독이 구단의 눈에 어긋나기라도 한다면 해고의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연봉은 평범한 샐러리맨들보다 좀 많이 받지만,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안고 산다.
게다가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콘텐츠다.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 전달된다. TV로 전 경기를 중계하는 통에 야구 좀 오래 봤다 하는 팬들은 감독의 전략과 작전을 두고 인터넷에서 설왕설래를 하는 걸 넘어서 팀이 패배하거나 감독의 작전과 선수기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난을 퍼붓는다.
그렇다고 감독은 지인들과 술 한잔하며 어울리지도 못한다. 보는 눈이 많아 팬들에게 오해사기 쉽다. 팀이 연패하거나 부진할 경우 집 바깥에 나가기도 어렵다. “팬들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몰래 집에 가는 길을 개발했다”는 모 감독의 말은 기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감독들은 저마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구단과 팬들 눈치에 자유로운 감독은 없다.
▲ 남다른 책임감, 감독은 외롭다
프로야구 감독은 다른 스포츠 감독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일단 매일 경기를 치른다. 매 경기 새로운 전략과 작전을 구상해야 한다. 1군에만 26명이 있고, 코치들도 5명이 넘는다. 30명이 넘는 대부대를 이끌어야 한다. 선수, 코치의 사소한 모든 것까지 결국 현장 최종 책임자는 감독이다. 그러면서 매일 기자들 응대에 구단과의 스킨십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근본적으로 감독이 시즌 구상을 촘촘하게 하더라도 막상 실전에 돌입해선 어긋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야구란 게 3할의 스포츠라 태생적으로 그렇다. 그럴 경우 결과를 떠나서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야심 차게 시도한 전략, 작전이 실패하고 과감하게 기용한 선수가 부진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부담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대부대를 이끌지만, 막상 감독 본인은 외롭다. 경기 후 코치들과 어울려 저녁 식사 겸 반주를 곁들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투입 대비 결과물은 모두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기에 근본적으로 코치들과는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다르다. 때문에 감독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한다. 그러다 새벽에 경기를 복기하다 보면 수면도 부족해지고, 만성 피로와 친구가 된다. 혼자 끙끙 앓다 속병이 생기고, 줄담배를 피우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 그래도 남자라면 꼭 해봐야 할 직업
물론, 모든 일이 잘 풀릴 경우 프로야구 감독의 성취감은 그 어느 직업보다도 높다. 역시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니 팀 성적이 좋다면 일단 다른 감독들에 비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다.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으면서 주위에 좋은 이미지를 심었다면 사회적인 지위도 달라진다. 구단, 팬들이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 몸값이 뛰는 건 당연하다.
단순히 성적을 떠나서 감독 본인의 전략이 멋지게 들어맞았을 때, 내심 잘 해주길 바랐던 선수가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때면 감독 자신도 모르게 뿌듯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야구가 한국야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 감독 개인적으로도 영광일 것이다.
언젠가 프로야구 감독은 남자라면 꼭 한번 해봐야 할 직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고 힘든 자리이지만, 성공할 경우 성취감과 기쁨, 사회적 지위 상승 효과 등은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크다.
지금도 9개 구단 감독들이 저마다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직업에서 성공한 감독으로 평가를 받기 위해 끝없는 도전 중이다. 그들의 도전엔 책임감도, 부담감도, 성취감도, 기쁨도 모두 녹아있다. 이래서 프로야구 감독은 책임감과 성취감 사이에서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과 같다.
[프로야구 감독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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