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달 전부터 감독님께 제의를 했고, 합의가 되자 곧바로 오전에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습니다.”
한화가 한대화 감독이 물러난 뒤 후임 감독으로 홍역을 치르던 29일,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과의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시기가 미묘했다. 하필 김 감독이 지천 타천으로 한화 신임 감독 물망에 오른 상태에서 원더스와 재계약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에 29일 마이데일리와 전화통화가 닿은 고양 원더스 관계자는 김 감독과의 재계약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재계약, 기다림과 믿음의 산물
김성근 감독의 원더스 재계약 소식에 대다수 야구 팬들은 몸이 달은 원더스 고위층들이 김 감독에게 서둘러 좋은 조건을 제시해 전격 재계약 사인을 받아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황이 너무 미묘했다. 한화는 김 감독을 잡아올 가능성이 생각보다 컸다. 원더스 입장에선 충분히 ‘야신’ 김 감독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었다.
기우였다. 고양 관계자는 “2달 전부터 구단주님과 단장님이 감독님께 재계약 의사를 타진했다. 꾸준히 의사소통을 가졌다”고 귀띔했다. 원더스는 절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설프게 언론에 흘리지도 않았다. 그저 김 감독의 결정을 기다렸다. 김 감독은 결국 움직였다. 한화 감독 물망에 오르자 더 이상 어지러운 형국을 두고 볼 수 없어 결단을 내렸다. 그러자 고위층과 김 감독은 재빨리 움직였고, 29일 오전 2년 재계약 사인을 했다. 서로의 믿음 없인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 프로팀 복귀 허용 조항 삭제, 김 감독 의중 반영
김 감독과 원더스 재계약의 핵심은 “프로팀 오퍼 시 김 감독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보내줄 수 있다”라는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프로팀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니, 철저하게 김 감독에 유리한 조항이었다. 하지만, 원더스 관계자는 “서로 합의 하에 삭제했다. 여느 프로야구팀 감독들처럼 재계약을 했다.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첫 계약보다 더 좋은 조건이다”라고 밝혔다.
원더스가 첫 계약 당시 이 조항을 넣은 건 김 감독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배려였다. 억지로 잡아두고 싶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김 감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다가 떠나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떠나라는 뜻이었는데, 김 감독이 이러한 원더스의 진심어린 자세에 마음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김 감독이 프로팀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재계약 과정에서도 이 조항이 삭제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결국, 이 조항이 삭제된 건 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 원더스-김성근, 서로의 진심이 통하다
김 감독은 돈, 신분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김 감독은 프로팀에 복귀할 경우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를 위시한 고위층들의 진심에 마음을 빼앗겼다. 원더스는 이미 프로 2군 수준을 넘어선 지원을 하고 있다. 2군도 잘 하지 않는 해외 전지훈련을 이미 치렀고, 다가오는 겨울에도 또 다시 긍정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한다. 평가전을 많이 치르게 해달라는 요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평가전 상대를 잡았다.
프로팀에 4명을 보냈지만, 원더스는 빠르면 10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트라이아웃을 또 다시 실시할 예정이다. 4명 이상으로 더 많은 선수를 뽑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원더스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선수를 1명이라도 프로팀에 더 많이 보내는 것이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원더스의 직원들은 고작 10명 남짓이다. 프로야구단에 비해 적은 숫자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야신’의 마음을 훔쳤다. 김 감독의 야구 열정에 대한 존중과 아끼지 않은 지원, 그리고 기다림과 믿음까지. 김 감독은 4명의 프로팀 배출과 팀 수준 향상으로 구단에 보답하고 있다. 그 결과 원더스는 현재 한국 야구 발전의 당당한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재계약은 그 과정의 일환이었다. 김 감독과 원더스 서로간의 진심이 통하지 않고선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다.
김 감독의 원더스 재계약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점점 구단들과 현장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양상인 프로야구와 한국야구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의 진심과 믿음의 끈이 꽤나 두터워 보인다.
[원더스 선수단(위), 김성근 감독(중간), 원더스 코칭스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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