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은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장기밀매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다. 극 중 등장하는 장면들은 충격적이다. 초반 설정부터가 그렇다. 아무것도 모른 채 중국으로 향하는 여자를 납치해 배 안에서 장기를 적출해 판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웃음기를 쏙 뺀 임창정의 모습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임창정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임창정이 아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던, 웃는 얼굴이 먼저 떠오르던, 가슴 따뜻해 보이던 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쓸쓸하고 상처받은 눈빛에 강한 사투리로 무장한 날것 그대로의 임창정이 있을 뿐이다.
악랄함의 표본 같은 장기밀매 총책 영규 역의 임창정은 싸한 눈빛을 쏘아대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그는 체중감량을 통해 얻어 낸 날카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재탄생됐다.
여기에 '공모자들'에서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인물인 상호 역의 최다니엘은 디테일한 설정과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출장 전문 외과의 경재 역의 오달수는 가장 타락한 밑바닥 의사를 실감나게 연기해 관객들에게 상상 그 이상의 불편함을 안긴다. 이 불편함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영화에서 임창정 못지않게 주목할 만한 인물은 운반책 준식 역을 맡은 조달환과 납치된 실종자 채희 역을 맡은 정지윤이다. 조달환은 이번 영화에서 감초 배우가 아닌 관객들의 눈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조연으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정지윤은 스크린 첫 데뷔임에도 선한 얼굴과 안정된 연기력,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으로 충무로 샛별의 탄생을 알렸다.
이런 캐릭터들은 '공모자들'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떨게 된다. 이와 함께 분하기는 해도 "아픈 놈은 살아서 좋고 그 덕에 먹고 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장기밀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투의 대사를 무턱대고 부정할 수만은 없게 된다.
'공모자들'은 사실적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계형 악인이기 때문에 더욱 씁쓸하다. 긴박한 스토리와 눈앞에 펼쳐지는 액션신을 따라가다 보면 엔딩 크레딧에서 공개되는 충격적 반전에 입 안 가득 쓴 맛이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 '공모자들' 스틸컷. 사진 = 타임스토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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