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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아이돌 가수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솔직히 기대 안 했다. 케이블 드라마라 잘돼 봤자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7’은 이러한 선입견을 모조리 깨 준 작품이었다.”
배우 이시언은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말 많고 오지랖 넓은 까불이 캐릭터 방성재를 맡았다. 폼나는 역은 아니지만 인물들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고 진지함 속 재미를 주는 없어서는 안 될 감초 캐릭터다. 극중 또래 친구로 분한 동료 배우들과도 나이를 뛰어 넘어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서인국, 에이핑크 정은지, 인피니트 호야 등이 아이돌 출신의 어린 친구들이다보니 처음 섭외 제의를 받고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놉시스가 워낙 좋아서 출연을 결정했지만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수들의 대거 출연에 내심 걱정이 됐던 것. 또 케이블 드라마라는 점에서 잘돼 봤자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낮았다.
‘아이돌 가수가 주인공’
“처음 작품을 볼 때 시나리오를 많이 보는데 ‘응답하라’는 대본이 정말 좋아서 어떻게든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수들이 한다니까 또 극을 끌어가야 할 남녀 주인공들이 둘 다 가수여서 어떻게 할까 막막하더라.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잘 이끌어 주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내가 묻혀가는 느낌이다.”
특히 이시언은 정은지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처음 정은지라는 친구가 여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누군지도 몰랐다. 이름을 들어도 생소했고 아이돌 가수라고 해서 그래도 보면 알겠다 싶었는데 봐도 누군지 몰랐다. 대체 저 아이는 정체가 뭘까? 궁금했다”고 정은지와의 첫 대면 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정은지는 곧바로 연기 포텐을 터뜨렸다. “정은지는 그냥... 연기를 되게 잘했다. 기대를 안 했기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멘붕(멘탈붕괴)이 됐다. 은지는 연기를 그냥 타고난 것 같다. 배운다고 그 정도로 하는 사람은 없다. 그 정도면 타고 난 게 맞다.”
이어 극중 남자인 윤윤제(서인국)를 짝사랑하는 강준희 역의 호야에 대해선 “호야는 어떻게 하면 멋있게 나오는지 아는 친구다. 재킷 촬영 같은 것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촬영 카메라에 어떤 각도로 하면 잘 나오는 지를 알더라. 게이라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과하지 않게 잘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극중 준희를 부르면 호야는 절대 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천천히 항상 천천히 돌아본다. 조금 뜸을 들이고 여운을 남긴다. 그런 식으로 은근하게 자기가 남들과 조금 다름을 표현한다”고 했다.
또 “호돌이 호야는 조용하면서 엉뚱하다. 안 듣고 있는 척 다 듣고 있는 친구다. 진짜 귀엽다. 이래서 인기가 많은 거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서인국은 어떨까? 서인국은 2009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초대 우승자로 가요계에 입문, 올해 KBS 2TV 월화드라마 ‘사랑비’를 통해 맛깔스런 사투리 연기로 호평 받으며 연기자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응답하라’를 통해 만개했다.
이시언은 “인국이는 부드러운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부드럽진 않다. ‘슈스케’ 때는 살도 더 찌고 유들유들 하겠구나 했는데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 촬영장 가서는 저에게 태클 걸진 않는데 밖에서는 럭비공 같이 군다. 은지와 마찬가지로 연기도 타고 났다. MBC 드라마에도 캐스팅 됐다고 하는데 표준어를 써야되는 역이어서 염려가 되지만 잘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돌 1세대 젝스키스 리더 출신으로 극중 서울에서 온 전학생 도학찬 역을 맡고 있는 은지원과 관련해선 “진짜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 젝스키스 장수원과 은지원의 팬이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영광이고 같이 연기 하면서도 신기했다”고 했다.
‘응답하라’의 배우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전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 여기에 이같은 조합으로 배우들이 캐스팅된 비화도 있단다. 실제 정은지, 호야, 이시언 모두 부산 출신이고 서인국은 경북 울산 태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투리 대사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고 맛깔난다.
“신원호 감독님이 처음부터 네이티브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아는 배우들을 원했다. 그리고 KBS 2TV ‘남자의 자격’을 할 때도 부활 리더 김태원을 예능인으로 거듭나게 하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던 김국진을 과감히 합류시켰던 것도 남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을 재발견하는 것을 좋아하셔서다. 이번에 우려했던 서인국, 정은지 카드를 쓴 것도 그런 감독님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정은지의 남편은 누구일까요?’
‘응답하라’에서 처음부터 결말까지 가장 궁금증을 유발해 내는 코드 중 하나는 과연 성시원(정은지)의 미래의 남편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이적의 진짜 아내가 누구인지를 놓고 끝까지 수수께끼를 남겼던 것처럼 ‘응답하라’ 또한 이같은 장치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시언은 “윤윤제 아니면 형 윤태웅(송종호)) 중 하나일 것 같은데 뭐 강준희일수도 있고.. 만약 내가 남편이라면 시청자들이 욕할 듯. 사실 진짜 누군지 모르겠다. 감독님도 촬영하면서 안 가르쳐주신다. 극중 시원이가 ‘오빠야?’라고 남편을 부르는 장면에서 당연히 남편을 쳐다볼 텐데 우리들은 누가 남편인지 모르면서 마치 우린 아는 것처럼 행동은 해야된다. 그러면서 시선을 특정한 사람에게 두지 않도록 감독님이 계속 지적을 해 주신다. 우리도 궁금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척 연기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윤태웅과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웅이 형하고 잘 됐으면 한다. 형은 동생이 시원이를 좋아하는 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하하. 형은 시원의 죽은 언니랑 사귀었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것도 송종호가 설득력 있게 표현을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 시트콤 아니에요’
“처음에 홍보할 때 시트콤으로 알려졌던 걸로 아는데 신원호 감독님은 시트콤이란 소리를 제일 싫어한다. 시츄에이션 드라마라고 정극이다. 과거 ‘남격’도 연출하시고 예능 PD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초반에 사람들이 드라마를 지나치게 가볍고 웃기게만 생각할까봐 그런 선입견같은 인식이 싫다고 하셨다. 또 막상 재미가 부각되지 않으면 실망할까봐 시트콤이란 소리를 더 경계하셨다. 그리고 신 감독은 억지로 웃기려고 안 한다. 상황으로 웃기려고 하고 그게 참 좋았다.”
[이시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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