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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짧은 인기수명…생계 위한 자구책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인기 코너를 했던 개그맨 A(35)씨는 일산에서 커피숍을 시작했다. 학창시절미술을 전공한 그는 직접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커피 원두를 구해 오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업 전선에 뛰어드는 개그맨은 A씨 뿐만은 아니다. 정형돈, 정종철, 김병만 등 돈과 명성을 거머쥔 이들은 하나씩 자신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거나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물론, 일반 직장인도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시대에 시간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연예인들이 부업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연예인 전체를 따져 본다면 개그맨의 부업이 유달리 많다.
잘나가는 개그맨의 경우 방송에 출연할 경우 회당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이외에도 행사 MC 등을 할 경우 최고 백여만원 이상의 수입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런 잘 나가는 개그맨들도 너도나도 부업전선에 뛰어든다.
그 이유는 ‘짧은 인기 수명’으로 인한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배우의 경우 대표작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작품 출연이 가능하고, 가수의 경우 히트곡이 있다면 다양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그맨의 경우 아무리 인기 코너를 하더라도 그 수명이 짧다. ‘개콘’ 봉숭아 학당 같은 집단 코너의 경우 수년간 이어졌지만 소수로 이뤄진 코너의 경우 오롯이 1년을 버티기는 힘든 일이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신동엽, 남희석 처럼 MC로 나서지 않는 한 끝 없이 코너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소위 말해 ‘감’이 떨어진다면 퇴출당하는게 개그맨의 현실이다.
연예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과 그 분배의 불협화음 또한 개그맨들의 부업을 고민하게 한다. 배우나 가수의 매니지먼트사 또한 안정적 시스템에 갖춰진 경우가 많아 수익분배 또한 확실하다. 하지만 개그맨의 경우 개그프로그램 대다수가 지상파 방송이라 출연료가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마저도 분배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코엔스타즈나 라인엔터테인먼트, 갈갈이패밀리 등을 제외 한다면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사가 없다. 대다수 개그맨들이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A씨 또한 전성기 시절 20여분 남짓한 결혼식 사회만 맡아도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지방 행사 MC의 경우 더 많은 거마비가 지급됐다. 하지만 자신의 코너가 ‘개콘’에서 중단된 뒤 1년 만에 그런 전성기는 끝이 났다.
이후 변변한 코너를 얻지 못한 A씨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설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겉으로는 30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사업장을 열었지만 속내는 ‘먹고 살기 위한’ 자구책인 것.
A씨는 “개그맨의 경우 수명이 짧다. 한 개의 코너를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데, 그 인기는 1년도 지속할 수 없다. ‘반짝스타’라는 말이 개그맨을 지칭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몇몇 개그맨 출신 사업가는 “매출 수백억원”, “개그맨 B의 외식사업 업계 1위 등극” 등의 성공 사례를 보도자료로 보낸다. 하지만 정작 그 잘나가는 사업장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미래를 위해, 혹은 먹고 살기 위해 창업을 선택한 대다수 개그맨 출신 사업가들은 오히려 벌어들인 수입 마저 탕진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최근 한 잘나가는 개그맨이 신인시절보다 수십배의 수입을 올렸다는 발언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뼛속까지 개그맨이라는 ‘뼈그맨’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다수 개그맨은 ‘개그’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뼈그맨’이라도 전쟁 같은 공개 개그프로그램에서 평생을 버틸 수도, 그렇다고 MC로 전환 하려 해도 이미 쟁쟁한 선배들이 포진한 방송가에 틈새는 없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부업을 선택하는 것. 그게 우리 개그계의 현실이다.
[부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정형돈-정종철-김병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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