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투수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양떼야구’를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는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경기가 우천 취소된 지난 13일 광주구장에서 취재진 앞에서 투수교체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SK에 3점을 뒤지고 있던 9회말 공격에서 SK가 9회에만 두 차례 투수교체를 하자 2사 2루 상황에서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투입하며 무언의 항의를 한 바 있다.
"갑자기 그랬을 리는 없고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양승호 감독은 자신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 오래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10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7회까지 6-1로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던 롯데는 8회와 9회 2이닝을 4명의 투수가 번갈아가며 막게 했다.
양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이명우가 나와서 좌타자 한 명(오준혁)을 막게 하고 정대현을 투입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정대현에게 1이닝을 맡기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정대현의)투구수가 늘어날 수도 있어서…(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롯데는 9회에 정대현 대신 이승호를 투입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게 하고, 2사에서 투수를 김성배로 바꿔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가 8회 1점을 추가해 7-1이 된 뒤라 자칫하면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김성배가 당시 손목이 좋지 않아서 15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한 타자 정도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전까지 8월 24일이 마지막 등판이었던 김성배에게 경기 감각을 찾을 기회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순수하게 감각 회복만을 위해서라면 접전보다는 이날 경기처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아니지만 우리 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상대팀이 감독 대행 체제라 감독 대행이니까 무시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양 감독은 말했다. 양 감독 또한 심사숙고를 거쳤지만 실리적인 부분에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음을 다시 한 번 털어놓은 것이다.
자신이 맡은 팀 사정과 동시에 상대에 대한 배려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자리가 바로 감독 자리다. 양 감독이 LG-SK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돌린 것도 김기태 감독과 이만수 감독 모두를 위한 배려였는지 모른다.
[양승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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