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막무가내 감독 경질, 하향평준화만 부추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17일 오후 경질됐다. 이로써 2010년 지휘봉을 잡고 있던 감독들이 2년만에 모두 옷을 벗었다. 김 감독은 한대화 전 감독이 한화에서 경질된 뒤 현역 사령탑 중 가장 한 팀에서 오래 있었던 사령탑이었지만, 그도 결국 구단 고위층의 막무가내 칼부림을 피하지 못했다.
구단들의 감독 경질 이유는 대부분 성적 부진과 팀 분위기 쇄신이다. 하지만 구단이 감독을 더 이상 계약 만료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당장 오늘과 내일의 안녕만을 생각하며 내친 게 대부분의 케이스다. 지극히 근시안적인 사고다. 이제 감독들도 당장 성적을 내는 데 급급한, 좁은 시야로 현장을 지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 눈앞 승부집착, 감독 색깔 내기는 사치
구단이 감독과 계약을 할 때, 보통 2~3년의 계약기간을 안겨준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승리를 하고 성적 내주기를 원한다. 구단 고위층, 야구 비전문가의 눈엔 “우리팀이 1~2가지만 고치면 바로 우승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8개 구단의 전력 차가 종이 한 장 차이인 건 알지만, 그 종이 한 장 극복의 어려움을 모른다.
8개 구단 감독들이 연초 시무식에서 우승을 말하지만, 사실 모든 팀이 매 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4강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다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노려야 한다. 전년도 하위권에 머물렀다면 더더욱 그렇다. 리빌딩을 통해 기초를 다져 선수 1~2명 없다고 해서 허약해지지 않는 팀을 만들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휴지조각이 된 현실 속에서 감독들은 자신의 색깔이 들어간 야구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이런 추세라면 모든 감독은 매일 이기는 것에만 집착해 무리하게 투수를 기용하고, 획일적인 야구를 할 수 밖에 없다. 특색있는 야구, 흥미있는 야구는 이제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쳐 8개 구단 대부분의 색깔이 비슷해졌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금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들도 당장 눈앞의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 진정한 리빌딩 불가능 시대
최근 1~2년새 프로야구는 급격히 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리빌딩 완성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대부분 팀을 지탱하던 베테랑들이 급격히 빠져나간 뒤 경험적은 신예들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일정 기간 좋은 성적을 내다가도 부진한 시기가 찾아오고, 부진을 딛고 일어서면서 기량 향상을 하는 사이클이 형성되는 게 당연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하향평준화가 됐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이런 점이 감안돼야 한다. 리빌딩 진행과 리빌딩 완성은 다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할 문제인데, 구단 고위층들이 자꾸 감독을 못살 게 하니 감독이 넓은 시야로 팀을 이끌 수 없게 되고, 선수들을 오래 기다려줄 수가 없어진다. 마음 놓고 고유의 색깔을 발휘할 수도 없고 선수들의 건전한 경쟁체제가 확립될 수도 없다. 단순히 팀 성적을 떠나서,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자신들 기량의 한계를 모르고 좌절하게 되고, 그게 중장기적인 팀 발전 저해 요인이 된다. 이는 또 다시 감독에게 부담이 된다. 구단은 그런 감독을 곱게 볼 리가 없다. 막무가내 감독 경질이 이어진다면, 선수 발전 선순환 구조가 악순환 구조로 바뀌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중, 하위권 팀들의 절대 숙제인 리빌딩은 요원한 일이다.
▲ 하향평준화 가속화
건강한 리빌딩 없이 하루하루 승부에만 집착하는 야구는 진정한 하향평준화를 부추길 것이다. 감독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모기 목숨인 마당에 비전을 보여주기도 어렵고, 성적지상주의에 갇혀 많은 선수가 동등하게 기량을 성장할 기회도 제한받는다. 이는 한국 야구 토대의 문제에 직결된다. WBC 4강, 준우승과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이끌었던 핵심 세대들이 좀 더 나이를 먹는다면, 한국야구 전체적인 체질 약화와 하향평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단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결국 선수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감독에 대한 평가는 약속한 계약기간이 끝난 뒤 평가를 내려도 늦지 않다. 감독들은 어떻게 하면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구단들은 하루 아침에 감독들을 무 자르듯 자른다. 그게 한국야구 전체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는 듯하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위 사진)과 한대화 전 한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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