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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은 실로 많은 것을 남겼다. 배우 주원이 주연배우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며,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을 각시탈이라는 가상의 영웅을 내세워 조금이나마 복수의 통쾌함을 느끼게 했다.
'각시탈'에서 또 하나 발견된 진주가 있다. 벌써 데뷔 10년차가 된 배우 박기웅이다. 박기웅은 '각시탈'에서 조선인보다 조선을 사랑했던 소학교 교사에서 종로경찰서의 악독한 순사로 변모하는 기무라 ??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지와 강토의 상황이 슬퍼서 눈물이 났어요
박기웅은 그동안 순탄하게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처음부터 연기력 논란은 없었고, 데뷔 10년차에 20개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다. 드라마 '추노'와 영화 '활'에서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악역을 맡아 작품을 흥행 시키기도 했다. 그의 연기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 연기 내공은 '각시탈'에서 폭발했다. 각시탈(주원)을 잡지 못해 분노하며 "각시탈!"이라고 외칠때면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에 몰입했다. 마치 정말로 각시탈을 잡고 싶은 일본인 처럼….
"기무라 ??지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남긴 작품이죠. 정말 많이 고민하고 많이 배운것 같아요. 연기 외적으로는 지금까지 했듯이 열심히 한 작품이에요."
'각시탈' 현장은 두 배우 박기웅과 주원의 눈물로 촬영이 자주 중단됐다.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억누르지 못한 감정은 자주 터져 눈물이 쏟아졌다. 최근 '각시탈' 홈페이지에도 박기웅이 주원을 고문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 촬영이 중단된 영상이 공개돼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극중 일본 순사 역인 박기웅은 그 상황에서 절대 눈물을 흘려서는 안됐다.
"진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지와 강토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적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잖아요. 강토는 ??지의 형과 아버지를 죽였고, 또 ??지의 형 켄지는 강토의 형과 어머니를, ??지의 아버지는 강토의 아버지를 죽였죠. 이런 상황들이 정말 슬펐어요. 대사들이 슬픈것 보다 상황이 슬퍼서 저절로 눈물이 났죠. 마지막회에서 강토와 ??지가 술한잔을 기울리는 장면, ??지가 자살을 하는 장면에서도 눈물때문에 촬영이 중단됐어요."
▲ 시대가 낳은 악인 ??지, 고민 많았어요
'각시탈'에서 박기웅은 선인과 악인을 오가는 이중적인 연기를 펼쳤다. 본성은 선하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악인이 돼야 했던 ??지. 박기웅은 이런 ??지로 인해 고민이 컸다고 했다.
"착한 ??지와 나쁜 ??지. 이중적인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굉장히 선하다가 또 굉장이 악해지는 부분만 표현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죠. 극한 상황에서 변하는 진짜 악한 모습을 표현해야 강토, 각시탈의 활동에 정당성이 부여됐으니까요."
처음 강토와 ??지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적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지는 바로 시대가 낳은 악인인 셈이다.
"??지는 절대 악이라기보다는 변모한 사람이잖아요. 선인에서 악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줬어요. 시대가 낳은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국적은 다르지만, 강토와 ??지는 친구 사이었죠. 하지만 적대시 되는, 중간선을 타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너무 악한 모습만, 또 너무 선한 모습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그 중간선을 타야 했으니까요."
▲ 제가 악역만 하면 대박이래요
박기웅은 어느순간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사실 박기웅이 악역으로 출연했던 작품은 단 4작품 뿐이다. 다만 그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은 덕에 악한 박기웅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것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악역 전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악역은 영화 '두 사람이다' '최종병기 활', 드라마 '추노' '각시탈'이 전부에요. 그런 작품들이 잘 돼서 절 악역 전문으로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 보고 '네가 악역을 하면 작품이 잘 된다'라고 할 정도죠. 악역보다 밝은 역할을 많이 했어요. 시청률이 안좋았을 뿐….(웃음)"
박기웅의 말에 따르면 그는 밝은 캐릭터를 많이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이 빈번하게 들어왔다. 아직 방송이 되지 않은 작춤이지만 드라마 '풀하우스'에서도 역시 밝은 캐릭터다. 박기웅은 "지금까지 이미지가 없었다는 것이 장점이었나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악역을 많이 해서 그나마 악역 이미지가 생겼어요. 지금까지 특별한 이미지가 없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많이 해 봤죠. 사실 '각시탈' 끝난 뒤 '악역만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또 다른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박기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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