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작이다. 9월은 정규시즌의 끝자락이지만, 어떤 이들은 엔트리가 확대되는 9월을 봄처럼 기다린다. 김영관(27·LG 트윈스)도 그랬을 것이다.
고양 원더스를 거쳐 지난 8월 21일에 LG에 입단하게 된 김영관은 정확히 1개월 만인 지난 21일 1군에 등록 되자마자 일을 냈다. 행운의 안타였지만 1군 첫 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그것도 역전타이자 결승타였다.
김영관은 첫 타석에서 아쉽게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선발 사도스키를 공을 공략해 때린 타구는 1루 쪽으로 완만하게 굴러가며 땅볼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타구가 1루수 박준서 앞에서 크게 튀어오르며 박준서의 품을 빠져나갔다.
2사 만루였기에 주자들은 이미 전력질주 하는 중이었고,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을 수 있었다. 기록원은 김영관에게 안타를 줬다. 김영관은 1군에 올라온 첫 날에 주전으로 출장한 데 이어 첫 안타로 2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 안타 하나가 결승타가 되며 경기 후에는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등 김영관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 하루였다.
행운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김영관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근성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6회말 바뀐 투수 강영식을 상대한 김영관은 강영식을 상대로 파울을 3개나 만들어내며 7구까지 갔다. 결과는 3루 땅볼이었지만 김영관이라는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잘 보여준 순간이었다. 지금의 김영관을 있게 한 것은 어쩌면 4회의 행운보다 6회의 끈질긴 면모였는지 모른다.
김영관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아니었다. 김영관의 선린인터넷고 동창인 팀 동료 김용의는 "(김영관은)대학 때 지명이 안 돼서 야구를 잠시 그만뒀다가 고양에 갔는데, 고등학교나 대학 때도 계속 잘 했다. 자기 말로는 타격이나 수비, 주루에서 색깔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실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의의 말이 옳았다. 첫 날부터 최선을 다한 김영관의 노력이 더해지며 경기는 LG의 승리로 마무리됐고, 김영관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영관의 소감도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야구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무엇을 경험하든 처음이다. 가을로 접어든 9월의 밤공기는 제법 쌀쌀하지만, 김영관의 9월은 따뜻한 봄날이다.
[김영관.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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