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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이 종영했고, 시청자들 머릿속에는 배우 이성민(44), 이선균(37)이 깊게 각인됐을 것이다.
두 배우는 '골든타임'에 앞서 여러 작품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다. 영화 '체포왕', '내 아내의 모든 것', 드라마 '트리플' 등이 있으며, 시청자들이 두 배우의 조합을 떠올렸을 때 먼저 생각날 드라마는 아마 '파스타'일 것이다.
이성민은 '파스타'에서 얄밉고 속물적인 설준석 역을 맡아 다혈질의 까칠한 셰프 최현욱 역의 이선균과 앙숙 관계를 이뤘다. 둘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파스타' 시청자들의 쏠쏠한 재미였다. 그리고 '골든타임'에서 두 배우는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최인혁과 이민우 캐릭터에 깊게 몰입한 이성민과 이선균은 내면의 연기력을 뿜어내며 극을 이끌었고, '골든타임'을 완성했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온 이성민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았어도 인정받는 연기파 배우였다. 그러던 이성민이 '파스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성민 만의 매력을 서서히 드러내더니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선 숨겨뒀던 매력까지 발산했다.
'더킹 투하츠'에서 이성민은 배우 이승기가 연기한 이재하의 형 이재강 역을 맡아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왕을 연기했다. 국민과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 앞에선 결코 굽히지 않는 강단의 왕이지만, 철부지 동생 앞에선 인자하고 다정한 형인 이재강이었다. 이성민은 국민의 왕이자 이재하의 형인 왕 이재강을 매력적인 인물로 연기해내는 데 성공했다. '파스타'의 설준석의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 있었다.
그리고 '골든타임'에선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최인혁으로 분해 이성민의 배우로서의 매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뛰어난 의술에도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없어 고뇌하는 최인혁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였고,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신념까지 가져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았다.
단순한 호감을 넘어 시청자들이 최인혁에 열광하며 빠져들게 된 건 이성민의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이성민의 따뜻한 미소, 강렬한 눈빛도 보태져 촉매제 역할을 했다. 또 무심한듯하지만 은근한 정이 느껴지는 사투리 말투, 실제를 방불케 하는 혼신의 수술신 등은 이성민이 작은 부분까지 얼마나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지 알 수 있는 근거였다.
'이성민이란 배우의 가치를 이제야 안 게 아쉽다'란 말이 곳곳에서 나올 만큼 '골든타임'은 이성민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한 드라마였다.
드라마 '파스타' 이후,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영화 활동에 전념하던 이선균에게 '골든타임'은 2년여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연기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던 장이기도 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이민우는 최인혁과 마찬가지로 기존 의학드라마 속 캐릭터와 달랐다. 극 초반 비쳐진 이민우는 비겁한 인간이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은 없고, 안락한 생활만 추구했는데, 한 아이의 죽음을 맞닥뜨린 뒤 의사로서 무능력한 자신에게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최인혁을 만나면서 의사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 때로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상처 받으면서 성숙한 인간이자 의사로서 성장하게 되는 캐릭터였다. 이선균은 이민우가 되어 극이 진행되며 성장하는 캐릭터를 꼼꼼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손을 벌벌 떨고,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식은 땀을 흘리던 이선균의 연기력은 대단했다. 모두의 만류에도 위급한 환자의 배를 가르던 장면에서 이선균은 연기가 아닌 실제 인턴 이민우처럼 보였다. 또 이선균은 배우 황정음이 연기한 강재인과의 관계를 이따금씩 머금는 웃음과 무심한 척 툭툭 내던지는 말투로 표현해 미묘한 긴장감의 관계로 만들어냈다.
작은 눈빛 연기부터 섬세한 손동작, 떨리는 목소리까지 이선균은 '골든타임'에서 자신이 가진 연기력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하듯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이러한 이선균의 노력이 지금까지 존재한 적 없던 캐릭터 이민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배우 이성민(왼쪽), 이선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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