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이가 들면 눈부터 간다.”
삼성 이승엽이 24일 대구 롯데전 6회 무사 2루에서 희생번트를 댔다. 2루주자 정형식은 안전하게 3루로 진루했다. 하루 뒤인 25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만난 류중일 감독은 이를 두고 “왜 공이 잘 안보였나? 시키지도 않은 번트를 댔지”라고 했다. 이어 “번트를 대는 것도 눈이 좋아야 된다. 승엽이는 시력이 좋은 편”이라고 웃었다. 번트는 투수의 공을 끝까지 바라본 뒤 배트 중심에 맞혀 타구속도를 줄여야 한다. 당연히 움직이는 물체를 바라보는 시력, 즉 동체시력이 좋아야 한다.
▲ 이승엽, 휙휙 지나가는 숫자 6개 맞췄다
류 감독은 일화를 소개했다. “승엽이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이다. 용인에 있는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동체시력을 측정했는데 순간적으로 휙휙 지나가는 숫자 9개 중에 6개정도를 맞췄다”라고 웃었다. 류 감독은 “보통 사람도 그 정도를 맞추는 건 어렵다고 하더라. 승엽이는 동체시력이 정말 좋다.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도 컨택 능력이 좋은 이유다”라고 했다.
야구 선수들에게 눈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공이 150km가 넘는다. 감각적으로 타격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투구 궤적을 어느 정도 읽으려면 공을 최대한 오래 보는 선수가 유리하다. 양준혁 SBS ESPN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한창 타격감이 좋을 땐 야구공에 깨알같이 적힌 ‘한국야구위원회’라는 글자까지 보였다고 했다. 양 위원은 익히 알려진대로 선구안의 최고수였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고르는 능력, 동체 시력이 좌우한다.
수비를 할 때도 동체시력이 중요하다. 특히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선 공을 끝까지 바라보고 쫓아가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력이 중요하다. 바람, 비의 영향으로 예측하지 않는 곳으로 낙하할 경우 동체시력이 좋은 선수는 그만큼 임기응변도 빠를 수밖에 없다. 예전 모 선수는 “시력이 나빠지니까 타석에서 공을 고르는 것만큼 뜬공을 처리하는 것도 무섭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 스마트폰과 친해지지 마라
삼성 선수들은 원정경기 때는 전화기를 숙소에 놓아두고 경기장에 나오는 게 생활화가 됐다. 류 감독이 경기를 마치자마자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걸 못마땅하게 여겨서다. 일전에 류 감독은 “전화기를 보면 끝난 경기에 대한 복기, 다음 경기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시간이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프로 선수라면 꼭 필요할 경우가 아니라면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가 시력이다. 경기 후 이동하는 버스 안, 더구나 어두컴컴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당연히 시력이 떨어진다. 동체시력과 일반적인 시력은 대체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들린다. 일상 생활에서 시력 관리를 하지 못하면 야구를 하는 데 필요한 동체시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은, 야구 선수 경계 대상 1순위다.
불행하게도 요즘 젊은 선수들은 스마트폰과 친하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 게임은 SNS 사용자끼리 랭킹을 알 수 있다. 최근 사석에서 그 게임을 하는 한 야구관계자의 스마트폰을 볼 수 있었는데, 순위 곳곳에 야구 선수들의 이름이 보였다. 그 게임을 즐기는 선수가 있다는 뜻이다. 눈 건강을 감안하면 적지 않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자기기를 멀리 할 수 없다면, 사용 시간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필요하다면 안경 착용, 라식 수술도 한다
요즘 일반인들 사이에선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을 쓰고 라식 수술을 하는 게 보편적이다. 전자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젊은 사람들의 시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실정 속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야구 선수들도 프로 초창기 때는 안경을 쓰는 선수가 많았다. 그런데 패션을 이유로 안경을 쓰지 않는 선수가 늘어나면서 콘텍트렌즈를 끼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간혹 콘텍트렌즈가 잘 안 맞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요즘 그런 선수는 남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안경을 착용하는 편이다.
사실 안경이나 콘텍트렌즈도 타격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콘텍트렌즈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빠질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안경과 콘텍트렌즈 착용이 습관이 되지 않은 선수는 괜히 얼굴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신경이 쓰이면서 타격 집중에 방해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오히려 최근엔 비 시즌에 라식수술을 받는 선수도 있었다. 예전 삼성에서 은퇴한 심정수나 롯데 조성환 등이 이런 케이스다. 라식 수술 이후 부작용을 앓는 케이스도 있지만, 요즘 라식 수술이 대중화되면서 실패 확률은 낮다.
류 감독은 “나이가 들면 눈부터 간다”라고 웃었다. 베테랑들이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야구를 오래하고 싶다면, 특히 타자들이라면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교정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승엽, 양준혁, 심정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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