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노히트노런과 퍼팩트게임이 보고 싶다.
KIA 김진우가 25일 대구 삼성전서 2569일만에 완투승을 따냈다. 개인적으론 아쉬웠을 것이다. 그는 8회까지 삼성 타선을 0점으로 꽁꽁 묶었다. 하지만, 9회 박석민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박한이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통한의 1실점을 했다. 2005년 6월 24일 부산 롯데전 이후 7년 3개월만에 완봉승이 기대됐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 최저완봉승 시대, 12년간 안 나온 노히트노런
올 시즌 완봉승은 윤석민(KIA), 쉐인 유먼(롯데), 브랜든 나이트(넥센), 노경은(두산), 이용찬(두산), 서재응(KIA)이 각각 1차례씩 기록했다. 총 6차례. 종전에는 2005년의 7차례가 최소 기록이었다. 시즌 막판이라는 걸 감안하면 올 시즌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 완봉승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현역 선수 중에서 통산 완봉승 50걸에 들어있는 선수도 류현진(한화)의 8경기(22위)뿐이다.
투수에게 완봉승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기록인 노히트노런과 퍼팩트게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노히트노런은 2000년 한화 송진우가 5월 18일 광주 해태전서 기록한 뒤 12년째 잠들어 있다. 퍼팩트게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완투완봉도 줄어든 상황에서 노히트노런, 퍼팩트게임을 기대하는 건 상당히 어려워졌다.
▲ 뻔한 이유들, 극복하지 못하는 투수들
현대야구가 체계적으로 분업화가 되면서 불펜의 중요성이 커졌고, 경기 후반에도 심심찮게 전세가 뒤집히는 경기가 나온다. 한 경기를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줄어들었고, 불펜 야구가 트렌드가 되면서 완투 완봉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노히트노런, 퍼팩트게임이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2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요즘 투수들은 100개만 던지면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어 한다. 우리 때는 한해 기본 200~250이닝을 소화했다”라며 투수들의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마운드 분업이 확실하니까 투수들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 타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들었다.
정작 문제는 투수들이 이러한 점을 알면서도 극복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투수들이 하루하루 피 말리는 팀의 순위싸움 그리고 개인기록을 위해 완투나 완봉 상황에 다가서면 바짝 집중을 한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좀 더 완벽한 투구로 노히트 이상의 기록을 내보겠다는 투지, 더 완벽함을 위한 갈망을 찾아 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선 감독이 말하는 요즘 투수들의 마음가짐과도 연관된 부분이다.
▲ 팬들은 투수의 괴력투를 보고 싶어 한다
팬들은 압도적인 위력을 뽐내는 선수들을 보고 싶어 한다. 투수라면 1경기를 완벽하게 막아내고, 타자라면 1경기서 홈런을 뻥뻥 터뜨려주길 원한다. 아무래도 그게 야구가 주는 시원스러운 매력이기 때문이다. 꽉 짜인 조직야구, 시스템 야구에는 이미 충분히 길들여진 상황이다. 팬들은 지금 과거 전성기의 이승엽과 선동열, 6년 전 특급 신인 류현진이 또 한번 국내프로야구에 나타나길 원한다. 현실 세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야구장에서나마 풀고 싶어하기 때문에 현실을 알면서도 초현실을 원한다.
메이저리그에선 올 시즌에만 세 차례나 퍼팩트게임이 나왔다. 통산 23차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필립 험버(시카고 화이트삭스), 멧 케인(샌프란시스코)이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운드 분업도 정착됐고, 타자들의 수준도 한국보다 높다. 그럼에도 초현실적인 기록을 만들어내는 투수가 나온다. 노히트노런은 더 자주 나온다. 국내 야구 팬들은 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국내 투수들에게도 똑 같은 기대를 한다.
▲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
한국프로야구는 단일리그다. 모든 팀이 서로 19차례 맞대결하기 때문에 간판 투수 1명에 대한 견제와 분석이 엄청나다. 커트를 많이 하는 한국 타자들의 타격 스타일도 투수들의 완투완봉과 노히트노런, 퍼팩트게임 달성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다. 기본적으로 이런 점에서 팬들이 원하는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편으로 한국프로야구가 리그 전체적인 수준 향상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한국야구는 관중은 해가 바뀌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확실히 2009년 WBC 준우승 이후 야구의 수준은 정체됐다. 최근 몇 년간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팀, 나서지 못한 팀의 경계는 항상 비슷했다. 고착화된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 팀들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특급 신인도 안 나왔고 용병들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팬들의 충성도는 여전하지만, 신선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시대를 눈 앞에 뒀다. 이제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인 노히트노런과 퍼팩트게임의 벽이 무너져야 한다. 그래야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송진우, 선동열,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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