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지난 2009년 4월 MBC '무한도전'에 합류했던 힙합듀오 리쌍의 길이 하차를 선언했다. '슈퍼7 콘서트'(이하 '슈퍼7') 취소 사태에 따른 책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길의 하차가 바람직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리 역시 길과 마찬가지로 SBS '런닝맨' 하차 의사를 밝혔는데, 이들의 결정은 아마 리쌍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슈퍼7' 취소에도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리쌍 멤버들에게 비난의 포화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출연을 지속하는 건 리쌍 멤버들, 특히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길에게 꽤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 하차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프로그램에 타격을 입히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킨 꼴이 됐다. 실제로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두 사람의 하차로 예정돼 있던 녹화를 취소했다.
녹화 취소까지 이어진 건, 길이나 개리의 하차가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런닝맨'에겐 단순히 고정 출연자 한 명이 빠지는 '마이너스1'이 아니라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정해진 대본을 읽어 내려가며 웃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출연자들 간의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출연자들의 사적인 내용까지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들이며 프로그램과 현실의 경계를 희미하게 한다.
이 때문에 길의 하차도 프로그램에서 다뤄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멤버들의 반응도 프로그램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단지 대본을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길의 하차를 간략하게 알린 뒤 모른 체하고 자기 대사에 충실하면 되겠지만, '리얼'을 표방한 '무한도전'에선 불가능하다. 멤버 길의 하차, 그리고 그 이유 등은 '무한도전'이 꼭 담을 수 밖에 없는 '리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슈퍼7'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 '무한도전' 멤버들과 리쌍컴퍼니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모두 함께 팬들에게 사과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팬들과의 의사 소통 부재, 기대의 차이 등에서 비롯됐기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리쌍컴퍼니, 그리고 팬들까지 '슈퍼7'의 기획 의도를 되살리면서 다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길과 개리는 남아있어야 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란 언제든 있을 수 있겠지만, 리쌍의 이 같은 하차는 책임이 아닌 무책임이다. 지금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떠나는 건 팬들과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기게 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힙합듀오 리쌍의 길(위)과 MBC '무한도전' 멤버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