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하지만 기록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수비는 투구, 타격에 비해 더욱 그렇다. 수비율, 실책 등에 최근에는 몇 가지 지표들이 더 나오기는 했지만 이러한 기록들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같은 타구를 놓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는 어려운 타구를 쫓아가다가 실책을 기록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는 그 타구가 완벽한 안타로 변한다.
이렇듯 투구, 타격에 비해 돋보이지는 않지만 프로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수비다. '리그의 수준을 알려면 수비를 보라'는 말처럼 SK의 성공적인 2012시즌 뒤에는 강력한 수비가 있다.
SK 이만수 감독 역시 소속팀의 수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만수 감독은 시즌 성적을 말할 때도, 연승을 달리고 있을 때도 수비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이 감독은 최근에도 "수비가 잘 되지 않았으면 4강에도 진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수비에 대해 극찬을 했다. 8연전 상승세에 대해서도 "수비 안정이 원동력이다. 덕분에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코치와 투수들도 다르지 않다. 성준 투수코치는 이만수 감독에게 "감독님, 우리팀 수비 덕분에 평균자책점이 0.5는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으며 27일 문학 한화전에서 단일시즌 홀드 신기록을 세운 박희수 역시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 수비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들의 말은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다. 기본적인 플레이부터 호수비까지 SK 수비진은 언제나 투수들을 돕고 있다. 공식적인 실책수 역시 58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지만 실속 역시 최강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특히 내야는 탄탄함 그 자체다. 1루수 박정권,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등으로 이어지는 내야진은 그야말로 그물망 수비를 자랑한다.
박정권은 예년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지만 여전히 수준급 1루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박정권 본인 역시 자신있는 부분에 대해 1루 수비라고 밝힐 정도다. 그는 우익수로 나서는 경우에도 아주 뛰어 나지는 않지만 보통 이상의 수비를 선보이며 선수 운용의 폭도 넓힌다.
2루수 정근우와 3루수 최정의 수비는 두 말 할 필요없다. 정근우는 다이빙캐치로 팬들의 함성을 자아낸다. 최정은 정근우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만 바운드 처리와 강력한 어깨로 최고의 내실을 자랑한다. 유격수 자리에 나서는 박진만, 최윤석, 김성현도 기본적인 수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
외야수 역시 마찬가지. 중견수 김강민은 잘 드러나지 않는 타구 판단 능력부터 강력한 어깨, 빠른 발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수준급을 자랑한다. 수비 하나만큼은 프로야구 외야수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9월부터 복귀한 조동화 역시 빠른 발을 바탕으로 안정된 수비를 선보인다.
그리고 돋보이지 않지만 점수와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중계 플레이다.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2루타를 단타로 만들수도, 더 나아가 실점을 막을 수도 있다.
한 명의 외야수가 가진 강력한 어깨로 주자의 진루를 막을 수도 있지만 유기적인 중계 플레이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SK 수비진은 빠르고 정확한 중계 플레이를 통해 1루에서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주자를 3루만으로 막는 경우도 여러차례 선보였다.
수비가 중요한 이유는 '계산이 설 수 있다'는 점이다. 확률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투구, 타격에 비해 기복이 적은 수비는 그 팀 성적의 변수를 최대한 줄여준다. 감독 역시 수비에 대한 걱정은 제치고 마운드와 타격에 관련해서만 집중할 수 있다. 그야말로 SK 와이번스를 지탱하는 '수비의 힘'이다. 이는 올시즌 뿐만 아니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SK가 6년동안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SK 선수단(첫 번째 사진), 다이빙캐치 등 화려한 수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정근우(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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