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심점이 있는 게 크지.”
프로야구팀은 대규모 선수단으로 구성됐다. 구심점이 있느냐 없느냐, 있어도 제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강팀과 약팀을 구분할 수 있다. 9월 이후 1군 엔트리는 40인이지만, 평상시 26인 엔트리다. 여기에 코칭스텝, 트레이닝 코치, 훈련보조요원, 프런트까지 더하면 50명이 한 시즌 내내 한 몸처럼 똑같이 움직인다.
정규시즌 2연패를 달성한 삼성. 여러가지 원동력이 있지만, 구심점이 존재하고, 구심점들이 제 몫을 해줬던 게 컸다. 류중일 감독은 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구심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 (진)갑용이와 (이)승엽이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잘 해줬다”라고 칭찬했다.
▲ 뭉쳐야 사는 야구단, 중심이 있어야 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나 한명 잘한다고 팀이 잘 되는 게 아니다. 모든 선수가 팀 승리에 필요한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쉽지 않다.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린다. 지겹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매커니즘이 133경기 모두 전 선수가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구성원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팀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선수단은 거의 매일 미팅을 한다. 팀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 그리고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다. 매일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미팅을 한다고 치자. 선수들에겐 잔소리다. 고참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후배 문화가 있는 한국 스포츠에선 야구단의 생리를 알만큼 아는 고참들이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실력이나 인성에서 후배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야구를 못하는데 고참이랍시고 미팅만 연다면, 후배들에겐 진심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류 감독은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계속 주장을 했었다. 대학교에서 주장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다 큰 성인들에게 ‘술 먹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고 따라다니면서 말을 할 수 없다”라고 회상했다. 하물며 가정이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세계에선 더더욱 선수단 통제 및 관리가 어렵다.
▲ 진갑용과 이승엽이 강한 삼성 이끌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삼성에서 최고참 진갑용과 이승엽이 구심점을 도맡았다고 했다. 진갑용은 나이 서열 상 최고참이니 구심점이 돼야 한다. 주장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두번째 고참인데, 실력이나 인성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슈퍼스타이니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갑용이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것저것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진갑용은 팬들과 기자들에겐 유쾌하고 예의 바르지만, 오랜 기간 주장을 역임해서인지 그만의 카리스마가 있다. 팀이 위기에 몰렸을 때 격려도 하고, 때론 싫은 소리도 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진갑용이 했을 것이다.
류 감독은 “승엽이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있지 않나.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진 않던데 후배들에게 일본에서 느낀 걸 많이 전수해주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승엽은 실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스스로 “후배들에게 말을 많이 하면 잔소리가 된다. 다 알아서 잘 한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런 스타일인 그가 가끔 기술적,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야수들에게 툭툭 던졌다면, 후배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컸을 것이다.
진갑용과 이승엽은 기본적으로 야구를 잘 한다. 거기에 후배들을 아우르는 지혜도 있다. 구심점이 있는 팀은 무언가 다르다. 구심점이 없거나,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제대로 야구를 하지 못한 팀들이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걸 보면 삼성의 정규시즌 2연패는 결코 쉽게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 회의모습, 진갑용,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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