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이지영은 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2009시즌 막판에 1군에 얼굴을 비췄다. 당시 히어로즈, 롯데와 4강 싸움 중이던 삼성은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결국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대기록은 무산됐는데, 그 와중에도 이지영의 재발견은 소득이었다.
삼성은 진갑용을 이을 무게감 있는 포수가 없다. 진갑용의 아우라가 크다. 하지만 젊은 포수들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지영도 처음엔 넘버2 포수 후보군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 23경기서 제법 날카로운 타격 실력을 뽐냈다. 타율 0.214 4타점은 크게 볼품이 없었지만, 2009년을 마치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2년간 군복무를 했다. 2012년, 그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삼성의 확고부동한 2번 포수가 됐다.
▲ 1군에서 뛰는 게 그저 즐겁다
이지영과 지난달 28일 대구 롯데전, 3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만 26세 청년. 아직은 1군에서 뛰는 게 즐겁기만 하단다. 그는 “아직 모든 걸 배워가는 단계다. 1군 경기에 나간다는 게 즐겁다. 1군 경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신고 선수 출신으로 2009년에서야 1군 무대가 허락된 그는 군 제대 후 팀에 돌아온 2012년이 뜻 깊다. 당당히 배영수와 윤성환의 전담 포수로 활약했다.
이지영은 2일 잠실 LG전서 배영수의 공을 받으며 3차례나 도루 저지에 성공했다. 송구능력과 투수 리드 능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평가다. 정작 그는 “투수의 공이 좋아서 맞춰 잡으려고 했다. 성환이 형과 영수 형이 내 사인대로 공을 던지고 좋은 결과를 내니까 즐겁다”고 했다. 이어 “공격적인 리드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투수의 투구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성환이 형과 영수 형이 내 사인대로 던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이지영이 윤성환과 배영수의 전담포수로 나온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성환이가 유난히 지영이를 편하게 생각하더라. 성환이와 영수도 지영이를 편하게 해주니까 지영이도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자신있게 한다”고 웃었다. 아직 농익은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진 못해도 포수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 삼성 넘버2 포수? KS 엔트리 합류가 우선
이지영은 진갑용의 뒤를 잇는 공수겸장 포수의 가능성이 보인다. 경쟁자들에 비해 타격 능력이 좋고 투지, 적극성이 좋다. 명실상부한 넘버2 포수로 자리한 그는 여전히 배울 게 많다. “갑용 선배님이 평상시에 이것 저것 말을 많이 해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야 할 것들이다. 나는 공을 받고 난 뒤 2루 도루 저지를 할 때 공을 미트에서 빼는 속도가 늦는데 갑용 선배님은 빠르다. 그런 세밀한 부분을 배우려고 한다”고 했다. 세리지와 배터리 코치도 그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타격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이지영 본인의 평가다. “원래 초구를 좋아하는 데 1군에서 계속 경기를 뛰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는 다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공수에서 업그레이드를 꿈꾼다.
류 감독은 포수 엔트리를 2명으로 할 계획이다. 현 시점에서 그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 가능성은 크다. 당사자는 걱정이 되는 법. 그는 “한국시리즈를 꼭 뛰고 싶다. 죽어라 열심히 해서 큰 경기를 꼭 뛰고 싶다. 한국시리즈를 뛰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라 했다. 이지영이 진갑용의 대를 이을 포수가 되려면 큰 경기 경험을 쌓는 건 필수다. 윤성환이 3일 대구 두산전서 선발투수로 나왔지만,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진갑용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큰 경기서는 아직 진갑용이라는 증거다.
▲ 신인왕? 2위만 했으면 좋겠다
이런 그에게 3일 낭보가 전해졌다.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지영은 지난해까지 5년을 채 뛰지 못한데다 60타석도 초과하지 않아 올 시즌 ‘중고 신인왕’이 될 자격을 얻었다. 경쟁자들이 쟁쟁하기에 그의 신인왕 획득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올 시즌 배영수와 윤성환의 전담포수로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12타점 10득점을 기록 중이다.
“후보에 올라간 것만으로 감사하다. 생애 1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지 않나”라고 한 그는 “건창이가 신인왕을 받을 것 같다. 나는 2위만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만약 이지영이 신인왕에 선정될 경우 2008년 최형우의 당시 만 25세를 뛰어 넘어 만 26세 역대 최고령 신인왕이 된다. 최형우가 “지영이가 내 기록 깨겠네? 좋겠다”고 했고, 지나가던 선배들도 “신인왕 후보가 기자들하고 인터뷰하네”라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놀림의 말투였지만, 모두 신인왕 후보에 오른 이지영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지영은 2012년이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 될 것이다. 공격과 투수리드, 도루저지, 수비 모두 가능성만큼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 신인왕이 힘들다는 객관적인 현 주소도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야구가 즐겁다는 이지영, 올 시즌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이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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